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는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미국 정부의 압력이 강화된 이후 모색되기 시작했다는게 정설이다. 지난 8월부터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덤핑혐의로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미 의회와 행정부까지 이에 동조, 한.미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안으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씨티그룹은 하이닉스의 재정자문을 맡고 있는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모회사. 지난 10월22일 방한한 루빈 회장은 1주일 동안 머물면서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물론 이근영 금감위원장, 진념 경제부총리, 청와대까지 방문했다. 당시 루빈 회장이 한국 정부와 하이닉스에 대해 전략적 제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뒤이어 11월초에는 박 사장이 마이크론을 방문했다. 박 사장은 부인했지만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등 외국업체간 합병방안이 모색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같은 사실을 11월13일자에 특종 보도했다. 마이크론 측에서도 스티브 애플턴 사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 빌 스토버 부사장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을 극비리에 다녀갔다. 이들은 신국환 구조조정특위위원장,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 외환은행의 부행장들을 비롯한 채권단 및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하이닉스와의 전략적 제휴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