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합병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세계 D램 업계의 합종연횡이 급속히 진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가 딜(Mega Deal)'이 합병이 아닌 전략적 제휴선에서 끝나더라도 세계 D램업계 상위 2,3위 업체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급물량 조절에 의한 가격안정 등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합병 회사와 1위인 삼성전자가 메이저로 시장을 주도하고 인피니언 엘피다 등 나머지 업체들이 마이너로 뒤따르는 양강(兩强)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빨라지는 재편 논의 =현재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언 엘피다(NEC와 히타치 합작법인)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제휴를 성사시킬 경우 시장점유율 35.8%로 삼성전자(20.9%)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 경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곳은 4위 업체인 인피니언. 최근 삼성전자가 D램 가격의 폭락으로 시장점유율을 30%대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마이크론 연합이 성립될 경우 삼성전자와 더불어 이 두 업체가 시장의 3분의 2를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인피니언은 2004년 완전 통합을 앞둔 엘피다메모리(10.5%)에도 뒤처지게 된다. 인피니언의 대응 전략은 두가지.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언 회장은 최근 대만의 윈본드 등 3개 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6위 업체인 도시바와도 합작회사 설립을 협의중이라고 발표했었다. 두가지 방안중 한가지만 성사돼도 시장점유율을 15% 이상 확보, 엘피다메모리를 제칠 수 있다. 문제는 도시바와 추진중인 협상이 자금력 부족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자칫 협상이 표류할 경우 인피니언은 군소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미쓰비시 샤프 뱅가드 등 7위권 이하 업체들도 상위 업체와의 통합에 동참하든지 사업을 접든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내년중으로 점유율 10% 이상의 상위 5개사를 중심으로 D램 업계의 집중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대응 방안.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축적과 차세대 투자를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각자 강점을 갖고 있는 제품군에 대한 생산에 주력하면서 일부 제품을 감산하는 역할분담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증권 임홍빈 연구위원은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협력을 통해 생존을 위한 역할 분담에 들어가고 삼성전자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