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은 지난 97년 12월 당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IMF의 대기성차관협약 양해각서에 서명한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외환위기로 연쇄부도 사태가 번지면서 동신제약과 보오미거울도 이듬해 부도를 냈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어려움를 딛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동신제약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 '한장 남은 달력이 아쉽지 않은 2001년'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V-밸리빌딩내에 있는 동신제약 임직원들은 요즘 감회가 남다르다. 부도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지난날의 기억이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동신제약은 혈액제제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며 제약업계에서 확실한 기술력을 인정받던 유망한 중견업체였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가 몰고온 불황 앞에서는 무력했다. 제약사업은 그나마 견실했지만 당시 계열사의 골프장 건설 등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 98년8월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재미사업가인 김모씨가 외자를 유치, 회생시키겠다며 회사를 인수했지만 계열사 건물을 판 돈을 가로채려는 바람에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일부 직원들은 속속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대다수 남은 임직원들은 회사를 버릴 수 없었다. 따로 사무실을 얻어 회사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건물 지하에 세를 얻었다.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에서 임대료까지 나눠 내느라 집안살림은 엉망이 됐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오기'만이 유일한 '원군'이었다. IMF사태 이후 첫 2년은 회사를 소생시키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지나갔다. 2단계 작전의 목표는 회사 정상화였다. 사옥과 골프장을 팔아 빚을 갚았다. 채권자를 설득해 부채도 탕감받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마침내 국민은행 KTB네트워크 등 투자자들이 돈을 대주면서 동신제약은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1월4일 주식이 관리종목에서 일반종목으로 복귀됐다. 그러나 '지하실 시절'을 잊을 수 없었다. 조촐한 캔맥주 파티로 자축연을 하고 본격적인 개발과 영업에 매진했다. 허리띠를 조른채 열심히 뛴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들어 지난 3.4분기까지 올린 경상이익은 52억7천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적자규모가 27억9천만원이었다. 순이익도 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임직원들은 올 종무식때 드디어 샴페인을 터뜨리기로 했다. 하지만 샴페인은 단 한병만 준비하기로 했다. 잘 나갈수록 방심해선 안된다는 진리를 명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