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가장 유행하는 단어 중에 하나는 단연 '리스토라'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의 일본식 표현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일본의 10월 실업률이 5.4%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의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런 소식에 접한 일본 샐러리맨들의 실업공포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통계인 일본의 완전 실업률은 지난 7월 올들어 처음으로 5%대에 진입, 본격적인 대량실업의 암운을드리웠다. 이후 실업률 상승세는 계속돼 9월에는 5.3%로 전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30일 발표된 10월 실업률은 이를 뛰어넘어 5.4%까지 상승함으로써 한 달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10월 실업률 통계에서 일본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남성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실업률은 운수, 통신, 제조, 건설업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한 5.8%를 기록, 역대 최고의 수준을 기록했다. 남성 실업률 상승은 정(正)사원에 지급되는 임금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 전략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트타임 일자리의 증가로 여성의 실업률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정사원 인력을 감축하면서 1년 단위의 임시직 고용을 늘리기 시작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한 때 일본의 자랑이었던 `평생고용'의 신화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일본의 취업부진 현상이 당분한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고이즈미 정권은 7개 특수법인의 통.폐합 및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공기업의 구조조정까지 가세하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전반적인 실업률 상승세는 고이즈미 정권의 명운과도 직결된다.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분담'을 견뎌내지 못할 경우에는 고이즈미 정권의 인기에도 거품이 걷힐 것이 확실시되며, 이는 곧 고이즈미 개혁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