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개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성장을 견인해왔던 한글과컴퓨터(한컴)가 뚜렷한 주인이 없는 신세가됐다. 29일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그동안 최대주주였던 홍콩계 펀드인 웨스트 에비뉴에이전트가 보유 지분 355만3천846주(6.57%)를 27일과 28일 장내에서 전량 매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컴의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없는 상태이다. 한컴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37만주를 보유한 일본의 히까리투신과 지난 8월말 주주명부 기준으로 40만주를 보유한 싱가포르계 펀드인 비컬스 발라스가 주요주주이다. 그러나 비컬스 발라스는 그동안 한컴 지분을 꾸준히 팔아서 정확한 지분 보유량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컴의 전체 주식수(5천403만2천462주)에 비하면 이들 두회사의 지분은 미미한분량이고 더욱이 경영권과 무관하게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한 투자지분이다. 한컴은 웨스트 에비뉴 에이전트의 지분이 대부분 개인투자가들에게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컴의 지분 가운데 대부분인 98% 가량이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9일 오전 현재 한컴의 주가는 3500원선으로 결국 20억원만 있으면 50만주 이상을 확보, 누구라도 한컴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한컴의 소유 및 경영권향배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적은 돈으로 한컴의 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한컴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다른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안전하게 소유권 및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전체 지분의 10% 이상을 확보해야는데 한컴의 시가총액이 2천억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200억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십억만 줘도 인수할 좋은 벤처기업이 많은데 누가 선뜻 200억원이나 들여 한컴을 인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메디슨이 지난해 10.8%의 한컴 지분을 대의 명분과 업계 발전을 고려해 국내 대기업에 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가 실패하고 결국 투자펀드인 비커스 발라스에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비커스 발라스는 메디슨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을 꾸준히 장내에 매각, 이익을 실현함으로써 결국 한컴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 한컴은 웨스트 에비뉴의 지분 매각으로 현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컴의 재무담당(CFO) 김진 상무는 "현 경영진도 대주주의 필요성을 느껴 전략적인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적대적으로 M&A를 하고 주총을 열어 경영진을 교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웨스트 에비뉴도 1대 주주였지만 안정적인 대주주는 아니었기 때문에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며 "1대 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인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컴 안팎의 이같은 시각을 종합해 볼때 한컴은 당분간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자회사 처리 및 인터넷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흑자전환과 대표이사(CEO) 영입 등 당면 과제가 순조롭게 해결돼 기업가치가 올라가야만한컴에 대한 인수.합병(M&A)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견해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