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월드컵 특수 등 호재도 겹쳐 11개 주요 산업의 수출이 평균 5.8%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내놓은 '2002년 주요 산업별 수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중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의 수출이 6~10% 성장, 이들 업종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통신기기는 올해(19.5%)에 이어 내년에도 16.5%의 급신장세를 지속,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급과잉 물량이 점차 해소돼 가격 반등을 시도중인 반도체를 비롯 컴퓨터 일반전자부품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출도 내년엔 회복될 것으로 KIET는 분석했다. 송병준 KIET 지식산업연구실장은 "미국의 테러참사와 보복전쟁이 조기 수습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 소비 및 투자심리가 점차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며 "내년 2.4분기부터 국내 경기와 세계경제가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산업의 올 수출이 지난해보다 10.1% 감소할 것 같지만 내년 상반기에 소폭 증가세(2.6%)로 반전된 뒤 하반기엔 9.2%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개도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는 섬유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통상분쟁에 휘말려 있는 철강은 올해(-13.1%)에 이어 내년(-4.8%)에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 주력산업 =자동차는 미국의 테러참사 여파로 세계시장이 다소 위축돼 하반기 수출이 2.7% 감소, 올 전체로는 5.0%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엔 월드카 등 신차 시판과 국산차의 지속적인 대외신인도 향상, 대우자동차의 정상화 노력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 성장이 9.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대수도 올해보다 6% 가량 늘어난 3백16만대를 기록, 사상 처음 3백만대를 돌파하고 이 가운데 1백67만대(52.8%)가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계는 방위산업 관련 장비와 건설중장비 공작기계 등의 대미(對美)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제10차 5개년 계획에 따른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추진, 기계화센터 공작기계 건설중장비 농업기계 등의 대중(對中) 수출 전망도 밝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 3.6%의 3배 수준인 10.4%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선은 이미 2년6개월치 수출물량을 확보했다. 조선업체들이 최근 첨단 설비를 확충,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해운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국내 업체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급 선박 위주로 수주전략을 수정, 수출은 소폭(2.4%)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IT 산업 =미국 경기의 향방과 반도체시장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반도체는 일본 유럽 등지 업계의 구조조정이 진전되고 업체간 제휴 움직임도 활발해 수출이 내년부터 증가세로 반전될게 확실시된다. 점진적인 수출가격 회복과 컴퓨터 통신기기 등의 수요 증가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하반기엔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엔 국내외 수출여건이 다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기기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 상용화와 무선 인터넷시장 확대가 수출 호황을 뒷받침할 것 같다. 국산 이동전화기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향상되고 케이블모델 초고속망 등 통신장비의 해외 수요도 급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등 선진국의 미미한 신규 수요와 중국 등 후발국의 급성장으로 내년 하반기엔 수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는 휴대용 컴퓨터 수요 증가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팽창이 수출여건을 호전시키지만 증가율은 2%대에 머물 전망이다. 특히 국내 업체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70~80%에 달해 미국의 IT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반 전자부품은 노트북 등에 장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수요가 증가, 수출이 5% 가까이 늘어나고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대체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소비재 산업 =섬유는 월드컵 특수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내년 수출이 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가전은 월드컵 특수와 디지털 위성방송 상용서비스 개시에 힘입어 수출이 5.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TV의 유럽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타 =철강은 주요 수입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시장가격도 크게 떨어져 올해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수출이 두자릿수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각국의 생산 감축과 가격 인상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하반기부터 소폭(1.3%)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고 국제가격도 점차 회복돼 수출이 6%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