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은 세계 경기의 극심한 침체와 미국의 테러사태 여파로 힘없이 두자릿수 뒷걸음질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걷히면서 반도체 컴퓨터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곤두박질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0월중 수출입은 각각 작년 동기보다 11.2% 감소한 1천2백63억3백만달러와 1천1백82억3천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째 내리 뒷걸음질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최소한 연말까지 이어져 올 전체 수출이 작년보다 11% 가량 줄어든 1천5백3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도 지난달까지 80억달러를 겨우 넘겨 올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1백억달러 언저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수출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IT산업 침체가 올 초부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동안 한국 수출을 주도한 반도체 컴퓨터 전자부품 등 'IT 삼총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43.8%, 24.5% 하락해 전체 수출 감소액(1백60억달러)의 78.8%를 차지했다. 또 지난 70년대 후반의 오일쇼크 이후 20여년 만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의 3대 축이 동시 불황에 빠진 점도 수출 부진을 부추겼다. 대(對) 일본 수출이 16.3%나 줄어든 것을 비롯해 미국(-14.9%)과 EU(-12.4%)에 대한 수출도 급락했다. 여기에 지난 9월 발생한 미국의 테러참사와 연이은 미.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수출 농사에 마지막 'KO 펀치'를 날렸다.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심리가 공황상태에 빠져들면서 연말 수출의 보루인 크리스마스 특수(特需)가 물거품이 됐다. 이맘때면 납기에 쫓겨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하던 직물(-29.6%) 생활용품(-25.4%) 의류(-22.4%) 등 소비재의 수출마저 된서리를 맞았다. 지역 및 품목별 수출동향 =우선 지역별로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두번째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올 중국 수출은 1백51억8천8백만달러로 미국(2백61억1천7백만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미국 일본 EU 등 3대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난해 47%에서 올해 45%로 낮아졌다. 반면 중국 중남미 중동 등 3대 성장시장에 대한 비중은 21%에서 23.3%로 상승, 수출지역 편중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 선박 자동차 등이 선전, 수출품목 순위에 대폭 지각변동이 생겼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15.1%에서 올해 9.8%로 급락했다. 이에 비해 자동차는 7.7%에서 8.7%로 상승, 컴퓨터(8.4%->7.2%)를 밀어내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액 가운데 자동차가 18.1%를 차지, 반도체(11.9%)를 제치고 1위 품목으로 떠올랐다. 또 선박과 무선통신기기의 수출 순위도 각각 5위(4.8%)와 6위(4.7%)에서 4위(6.5%)와 5위(6.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5대 수출 주력품목의 비중이 42.5%에서 38.4%로 하락, 일부 품목에 대한 지나친 수출의존도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