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 한국호'의 명암은 세계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세계경제는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와 정보기술(IT) 경기 침체 지속으로 2%대의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 새로운 다자간 무역체제가 출범했지만 지역주의와 무역불균형에 의한 양자간 통상분쟁도 여전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2002년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미국 경제와 IT 경기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불황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불황 지속의 근거로 테러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IT관련 지출 축소 및 수요 위축으로 IT 산업의 재고와 과잉 생산시설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1.5%에 그치고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세계경제는 2%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예측했다. 또 미국의 낮은 금리와 경기회복 지연으로 국제 자본의 포트폴리오가 달러화 중심에서 유로화 엔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내년에도 대내외 여건이 워낙 불투명해 올해 못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내년엔 3%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 2년 연속 저성장에 머물러 소비와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물가는 안정세를 나타내겠지만 기업의 경영 악화로 신규인력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 고용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테러사태가 빨리 수습되고 세계경제가 살아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5%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흐름은 현정권 임기 말기의 경제정책 혼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면 이해조정과 고통분담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경제가 표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대외여건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흥국들이 다시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통상마찰도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수출감소 현상은 나타나지 않겠으나 테러사태, 반도체 시장의 회복 지연 영향으로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수입은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러사태로 인한 항공산업의 위축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여 원자재 수입은 올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전체 수입의 35%를 차지하는 자본재 수입은 그동안 지연된 설비투자가 집행되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섬에 따라 10% 내외의 증가가 예상된다. 소비재 수입은 수입선 다변화 폐지와 유통시장의 개방, 소비 고급화의 영향으로 올해에 이어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흑자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