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엔진을 돌리자'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수출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초 카타르 도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담에서 합의된 뉴라운드는 앞으로 세계무역이 크게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다. 뉴라운드에서는 관세 등 각종 수입장벽이 낮아지거나 철폐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던 갖가지 보호장벽이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수 밖에 없다. 이제 세계 시장은 GATT 체제를 대신해 들어선 강력한 WTO의 규칙에 따라 더욱 개방되고 확대될 것이다. 무역으로 나라를 일궈온 우리로서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과거 30여년간 고속성장을 해온 '코리안 특급열차'는 수출이 초강력 엔진이었다. 이렇다할 자원 하나 없는 빈국(貧國)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발전을 이룩하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비약했던 것은 '수출 입국(立國)'을 기치로 내걸고 온몸을 던진 결과였다. 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1천7백26억달러, 수출을 통해 창출된 신규 고용은 2백28만5천명에 달한다. 수출 1백만달러당 13명의 고용이 유발되고 수출이 1% 늘어나면 2만명을 새로 고용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또 수출로 얻은 소득은 9백71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1%에 해당된다. 한 분야의 수출은 관련 부품이나 생산을 촉진하고 이들 분야의 고용과 소득까지 연속 창출한다. 그러나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폭도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수시장 활성화로 경기회복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내수만으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명 이상의 인구가 전제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미국 등 주력시장의 경기 호.불황에 좌우되지 않는 '수출 실력'을 갖추는 수 밖에 없다. 수출이 제구실을 하려면 '세계 1등 품목'을 부단히 길러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상품 가운데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55개에 불과하다. 독일(6백69개) 미국(6백18개) 일본(3백54개)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3백6개)과 대만(2백6개)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산업자원부와 함께 올해 초부터 세계 일류상품을 늘리기 위한 TNK(Totally New Korea)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맡고 있는 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수출 드라이브의 신화를 되살려야 한다"며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한국 경제를 지탱시킬 1등상품 개발 의지를 정부와 기업, 국민이 새롭게 다짐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업계는 수출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절박한 인식 아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와 자금난 해소에 정부가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기관들 역시 '우리부터 살고보자'는 근시안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금공급의 우선순위를 수출.입 지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의 수출총력체제 구축과 병행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출구조의 개선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로 짜여져 있다. 10대 수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3%에서 지난해 55.9%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 때문에 달러화 및 엔화의 환율 변동과 반도체를 비롯한 특정 품목의 국제가격 변동 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수출품목 편중구조는 선진국의 수입 규제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해묵은 과제인 중소기업의 수출첨병화 정책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5인 이상의 중소기업 10만여개 가운데 수출에 참여하는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을 수출 주력부대로 육성, 수출기업 저변을 확대하는게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오영교 사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어려웠던 1980년대 후반 당시 미국 사회에 회자됐던 '수입은 실업을 수입하는 것이요 수출은 실업까지 실어보낸다'는 슬로건을 지금 가슴에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키워드는 여전히 '수출'이다. 수출을 위해 다시 뛰어야 할 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