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에 들어본 경영방침 ] "노사가 비전 공유해야 진짜 글로벌 기업이죠" 98년 회사 재건의 임무를 안고 부임한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 후지제록스 회장은 "한국 사무 디지털화를 촉진해 21세기 한국의 경쟁력을 높인다"라는 사명을 직접 만들어 내걸었다. 외국인이,그것도 연 매출 2천4백억원 중소기업 사명으로 만든 것 치고 거창하지만 기업은 국적과 상관없이 소속 지역에 기여해야하고,사무기기 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목표라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한국은 인터넷보급률이 그렇게 높다는데 사무실 디지털화는 5% 밖에 진행이 안 됐습니다.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다카스기 회장은 톤없는 낮은 목소리로 선뜻 물었다. 그리곤 자문자답했다. "생산성에 투자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영업사원이 1천만원짜리 디지털복합기(복사기 스캐너 프린터 네트워크 통합기기)를 어떤 회사 직원들에게 보여주면 다 좋다 합니다.하지만 막상 부장한테 결재받으러 가면 7백만원이면 복사기 스캐너 프린터를 다 살수 있다면서 거절합니다.3백만원에 감춰진 생산성 투자는 한국사람 99%가 무관심한 것 같아요" 시골 교장님같이 진지해지는 그의 얼굴에서 물건 팔려는 기업인 모습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일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생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다카스기 회장의 한국평론은 이어 경영품질론으로 이어졌다. 우선 "한국에 처음왔을 때 글로벌화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실망했다"고 속내를 내비친 후 "오너는 직원을 하인다루 듯 하고 직원은 일했으니 돈 타간다는 자세더라"라고 말했다. "처음 와서 ROA(총자산이익률)그래프를 보여줬더니 간부들마저 처음 본다고 했습니다.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란 경영이 투명해야하고 오너와 직원이 같은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대다수의 한국 대기업들은 이점에서 만큼은 경영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제 느낌이예요" 무협상 임금타결로 노동부가 올 하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다카스기 회장은 "나는 경영상태를 좋건 나쁘건 공개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왔어요.협상에 쓰는 시간을 고객 서비스에 투자해서 더 좋은 회사를 만들자고 설득했고 노조가 이해해줬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카스기 회장의 한국 비판이 밉게 들리지 않는 것은 이어지는 관심과 애정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야 안전하고 윤택한 나라고 한일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파트너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국의 경영품질이 좋아지기를 희망하는 겁니다.솔직히 일본에 있을 땐 한국을 잘 몰랐죠.이젠 한국이 형님이고 일본이 아우라는 것도 알아요.노후 계획이요? 일본에 돌아가 서울 생각하면서 유유자적 하겠죠"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