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MC가 한국에 현지법인 한국EMC를 설립한 지난 95년만 해도 스토리지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한국EMC는 꾸준히 시장을 개척했고 6년이 지난 지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30%나 된다. 스토리지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 98년 2백20억달러(26조원)였던 세계 스토리지 시장이 99년 2백50억달러(30조원),2000년 3백10억달러(37조원)로 커졌고 올해는 3백70억달러(4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지난해 8천억원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가 올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퀘스트는 2년안에 스토리지 시장이 서버 시장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EMC은 성공은 단순히 시장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탁월한 성능과 서비스에 혁신적인 마케팅이 뒤받침된 결과이다. 한국EMC의 정형문 사장은 "EMC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누구도 스토리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한발 앞서 연구 개발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국EMC는 본사의 전략에 따라 철저하게 제품 테스트를 실시한다. 일반적인 스토리지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샘플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 주문을 받으면 꼬박 28일간 테스트하고 나서 합격해야 고객에게 배달한다. 제품을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지만 테스트에 무려 6백72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정 사장은 또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마케팅도 한국EMC의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고객의 요구가 어떤 목표보다 우선시된다. 따라서 정 사장을 포함,모든 임원이 직접 고객과 접촉하고 각종 마케팅 행사에 참가해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EMC는 "소수의 핵심 고객을 먼저 만족시킨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1백개 고객들의 80% 만족보다 핵심 10개 고객의 1백% 만족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상위 고객을 잘 관리하면 나머지 고객은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한국EMC는 상위 고객을 만족시킨 후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