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수익증가율을 오랫동안 맛본 월가의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의 과도한 기대를 충족시키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젠센 교수는 "지난 10년간의 호황때 일부 기업이 거둔 두자릿수 이상의 놀라운 실적이 첨단기업은 물론 전통기업에도 당연스런 목표가 돼버렸다"고 26일 말했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제레미 시걸 교수도 "최근 몇년간 월가에서 8~9%의 수익증가율을 실현한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CEO들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기법을 동원했다. 전형적인 소매상이 수백만달러를 들여 벤처기업인 것처럼 분칠하는가 하면 돈육업자가 새로운 제품을 보완,패스트푸드업체인 것처럼 이미지를 바꾸기도 했다. 물론 닷컴거품이 꺼진 후 최근 수익률 기대치가 낮아졌다. 그러나 내년 경기회복과 함께 또다시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어 CEO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이런 부담은 결국 무모한 합병,과도한 확장 또는 엉뚱한 사업다각화를 초래,주주들의 손실만 초래한다는 게 과거의 교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험사인 콘세코가 주택담보대출업에 진출,엄청난 비용을 치른 것이나 프로비디언 금융사가 신용카드 대출로 몸살을 앓는 것,다임러크라이슬러의 컨테이너트럭 LLC가 고전하는 것은 모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모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투자기법을 존중하는 워런 버핏은 10년간 연평균 15% 정도의 수익을 낼수 있는 기업은 몇개 안되는 데도 모든 CEO가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증가에 매달리면서 회계장부조작 유혹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CEO들이 투자자와 분석가들에게 장밋빛 전망이 아닌 실현가능한 실적전망치를 제시할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월가는 아직 이런 CEO를 환영하지 않아 많은 CEO들이 경기침체기에도 과도한 수익증가에 목을 매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