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월가신화" 창조주역인 애널리스트들의 명성이 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줄어들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이름도 함께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증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옛영광" 되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인터넷업체의 대표적 분석가 헨리 블로제트는 최근 메릴린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998년 11월 아마존닷컴 투자를 시작으로 인터넷업체에 발을 들여놓은 블로제트는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부(富)를 안겨줬다. 스스로도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의 말한마디에 투자자들은 울고웃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이후 인터넷주가의 거품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그는 "월가영웅"에서 "월가제물"로 급전직하했다. 투자자들은 급기야 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회사측은 4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주위사람들은 블로제트가 인터넷관련 책을 쓴뒤 투자자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월가의 대표적 애널리스트들인 잭 그루브맨(살로먼스비스바니.텔레콤분야),메리 미커(모건스탠리.인터넷)도 과거의 명성이 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측도 이들의 명성이 예전같지 않다고 인정한다. 월가에선 회사측의 부인에도 불구,이들도 블로제트처럼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 애비 조셉 코언(골드만삭스)에 따라다녔던 "여제(女帝)"라는 수식어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명성을 퇴색시킨 것은 물론 인터넷주식 거품붕괴다. 최근 뉴욕증시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나스닥지수는 여전히 지난해 3월 고점대비 40%수준을 맴돌고 있다. "영화와 삶"의 저자인 닐 개블러는 "명성은 그들이 한 말이 현실화돼야 지속된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지속적인 결혼을 통해 이야기소재를 제공하기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쌓은 명성이 탁월한 분석능력때문인지,아니면 운때문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해 연초까지 10년정도 지속된 증시활황이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을 탄생시켰고 이들이 다시 "황소장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명성퇴색"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거품붕괴로 애널리스트들은 업종및 종목분석에 더욱 신중해졌고 투자자들도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명성"보다는 "기업실적"이 훨씬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활황기의 분석자료가 "애매모호한 감각"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캘리포니아 경영학교수인 로버트 본템포는 "우리생전에 애널리스트들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