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통신 지분을 메릴린치와 미국계 통신전문펀드 EMP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키로 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건 한국통신 민영화 문제를 일정에 따라 연내에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내년 6월말까지로 되어있는 민영화 완료 시점을 맞추려면 다소의 무리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99년 5월 1차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해 한국통신 총 발행주식의 14.5%를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각했고 올 2월 국내입찰(1.1%)과 6월의 2차 해외DR발행(17.8%)에서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넘겼다. 현재는 총 발행주식의 40.1%를 보유하고있다. 그러나 지분매각 상대가 다름 아닌 메릴린치와 EMP사라는데서 적지않은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메릴린치와 EMP사는 주가 차익만을 노리는 소위 '재무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나 경영감시 등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을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특히 메릴린치는 한통 해외 DR 발행 주간사 업무를 줄곧 맡아왔기 때문에 특혜시비는 물론 국제계약상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대리인이 직접 계약당사자로 나서는 것은 국제 관례에 비추어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또 이들에 대한 주식 수의매각이 '국가재산을 매각할 때는 현저히 국가에 유리하게 계약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공개매각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공모가 실패할 경우에만 수의계약(사모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한 국유재산법 관련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서둘러 가격에서도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이미 공개되어있는 민영화 일정을 고수할 경우 적정가격을 받아내기는 매우 여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현재 교환사채 발행 협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한국통신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한통지분 4.5%(약 5억달러 규모)를 처분토록 추진중이다. 그렇지만 MS사 역시 BW를 인수한 뒤 바로 신주인수권(Warrant)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법으로 단기이익만 챙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