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부 차원의 철강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해 설비감축,감산을 촉구할 것으로 보여 포항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고위급 인사 4∼5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방한,오는 28일 서울에서 한·미 철강협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포철 철강협회 등 국내 업계와 관계자들과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12월17,18일 파리에서 열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차 철강회의를 앞두고 있어 감산이나 설비감축에 대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표단에는 셔자드 상무부 차관보와 리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등 중량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내 철강업계 위기 타개를 위해 세계 철강업계의 설비감축 및 감산을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실제 미국은 현재 파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관련 개별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중국,브라질,아르헨티나에도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에는 룩셈부르크 철강업체인 아베드의 조셉 킨치 회장이 대규모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한국 등에 대한 설비감축이나 감산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킨치 회장은 프랑스의 유지노,룩셈부르크의 아베드,스페인의 아세랄리아 등 유럽 3개 제철소가 통합된 세계 최대 철강사인 '뉴코(Newco)'의 회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포철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면담요청을 받지는 않았으나 미국 정부쪽이 면담을 요구한다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촉각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포철이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사여서 미국이 어떤 식으로라도 설비감축이나 감산 문제를 집중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이 설비감축이나 감산을 요구하더라도 한국은 비효율 설비가 없는 데다 전기로 업체의 경우 법정관리 등으로 시장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