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4분기 성장률(1.8%)을 들여다보면 건설과 민간소비로 지탱한 '불안한 바닥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지출 확대와 콜금리 인하로 내수를 부추긴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테러충격이 본격 반영되지 않았고 수출 생산 등 각종 지표들은 계속 하향곡선을 긋고 있어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 소비.건설로 버텼다 =3.4분기중 △제조업(-1.6%) △설비투자(-15.4%) △수출(-4.3%) 등 성장엔진의 고장(故障)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건설업(7.3%) △서비스업(3.8%) △민간소비(3.4%) △건설투자(8.3%)가 바퀴를 계속 굴려간 덕분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한은의 3개월 연속 콜금리인하가 한몫했다. 재정지출의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16.7%에서 51.3%로 커졌다. 저금리기조 속에 민간소비가 늘어 서비스업 성장이 유지됐고 민간주택 건설 활성화 등 건설투자를 부추긴 점도 무시할 수 없다. ◇ 경기 저점인가 =경기흐름과 저점 여부를 판단할 때 유용한 GDP 순환변동치(이동평균)는 3.4분기 99.6으로 전분기(99.8)보다 소폭 하락했다. 경기가 게걸음에 가깝다는 얘기다. 바닥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1∼2분기 동안 순환변동치가 올라가야 한다. 특히 건설과 소비로 지탱하는 경기는 곧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4?4분기 첫달인 10월중에 시멘트 레미콘 출하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이 활성화돼야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나경제연구소도 "내수만으로 경기가 회복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경기저점을 내년 3.4분기로 내다봤다. ◇ 전문가 시각 =금융연구원 정한영 경제동향팀장은 "전년동기대비 GDP 성장률은 실제 경기저점과 약 2분기정도 시차가 있다"며 "보복전쟁이 종결되고 추가테러가 없다면 내년 1.4분기께 저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의 주요인인 수출.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나 완만한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형규.이방실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