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첫 야.정(野政) 정책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 정부측은 대기업 정책의 방향을 놓고 1시간 20여분동안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대다수 의원들은 기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또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당론과는 달리 "규제완화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상반된 시각을 피력했다. 회의에는 정부측에서 진념 경제부총리,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이희범 산자부 차관이,한나라당에선 김만제 정책위의장, 이부영 부총재, 박주천 이상득 이한구 이성헌 엄호성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대기업집단 기준과 출자총액 제한제도=정부측은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대해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38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금지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기업집단제는 빨리 철폐돼야 할 제도이나 국민정서와 현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정부가 제시한 5조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0%선인 50조원이나 10대 그룹에 해당하는 10조원으로 완화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이어 "기업집단제를 실시한다면 공기업도 빠짐 없이 적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득 의원도 "상호출자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며 "상호출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은행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근 의원은 "우량기업과 불량기업을 구분해 선별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진념 부총리는 "출자총액제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수익성 중심이 아니라 문어발식 확장으로 투자하고 있어 탄력성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집단소송제=진념 부총리는 "주가 조작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시장과 관련된 집단소송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도입할 테니 야당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집단소송제가 증권시장의 범위를 넘어 대기업 견제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소송 남발 등 각종 폐해가 우려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집단소송제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반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김부겸,서상섭 의원은 "재벌의 자기반성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소신 있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