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쫓겨나거나 퇴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캘빈클라인(청바지) 스피도(수영복) 등으로 유명한 미 와나코그룹의 린다 와치너 회장 겸 CEO(55)는 18일 해고수당도 받지 못한 채 15년간 일했던 회사를 떠났다. 그는 소규모 브래지어 회사를 미국 최대 의류업체중 하나로 성장시킨 주인공. 하지만 와치너는 회사가 지난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는 데도 이사회에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하다 축출됐다. 미국 최대 웹호스팅 업체인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스의 앨런 행콕(57)도 최근 물러났다. 행콕 회장 겸 CEO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포천지 선정) 5위에 올랐던 인물. 하지만 회사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산보호 신청을 낸 직후 쫓겨났다. 휴렛팩커드(HP)의 사령탑 칼리 피오리나(47)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전격 발표한 컴팩과의 합병계획이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 발표 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HP의 창업자 가족들이 컴팩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HP의 컴팩 인수가 무산될 경우 피오리나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