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여개 지사를 두고 있는 SK글로벌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이 회사의 법무지원팀도 신속한 법률서비스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순간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이익을 볼수도,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 등에 대한 사후 검토보다도 사업계획 수립때부터 사전 법률컨설팅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SK글로벌 군단의 최일선에는 법무지원팀이 있다. SK유통과 SK에너지판매를 흡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종합상사로서의 성장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SK글로벌의 두 축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기업내 법무팀이 생소하던 지난 80년 신설된 이 회사의 법무지원팀은 90년을 전후해 사내 변호사를 두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3명의 사내 변호사와 9명의 일반 사원들이 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해외 투자와 국내외 계약 협상은 물론 신규사업 검토에 이르기까지 법무지원팀이 수행하는 업무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수출과 내수가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는 SK글로벌의 사업구조 특성상 3명의 사내 변호사는 해외 소송과 계약협상 등의 국제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업무는 9명의 직원들이 서로 분담하고 있다. 한얼과 남산 등 국내 로펌과 해외 굴지의 로펌을 외부 네트워크로 활용해 나가고 있다. 사내 변호사의 존재는 이러한 로펌의 조언을 취사선택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법무지원팀이 신설됐을 때부터 안팎 살림을 도맡아 온 조재선 상무(53)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나온 국제변호사. 법무지원팀에서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지난 97년 캄보디아의 산림개발 사업과 관련된 말레이시아 업체와의 법적 분쟁에서 추가 소송절차 없이 담판만으로 1억3천만달러의 사업 손실을 막아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조 상무는 법무지원팀의 역할을 '소금'에 비유하곤 한다. 그는 "기업 내의 법무팀을 사후처리 담당 부서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법무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윤경 변호사(32)는 한국말보다 영어가 능통한 '해외통'.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김 변호사는 캐나다 요크 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 로스쿨을 나와 현지 로펌에서 5년간 경력을 쌓았다. 국내 외교통상부 교섭본부에서 아셈회의와 관련된 법률상담을 담당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동남아 등지에서 발생한 굵직굵직한 해외소송을 도맡아 처리해 왔다. 가녀린 외모나 말투와는 달리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부지게 달라든다. 그는 회사의 IT(정보기술) 투자나 신규 사업진출 관련 사업계획도 검토한다. 김애경 변호사(36)는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나와 지난 8월 입사했다. 주로 화학, 에너지, 정보통신 사업분야의 계약서 검토를 담당하고 있다. 상표권 침해에서부터 거래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 여부까지 검토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김 변호사는 "사내 변호사들이 로펌 변호사보다 법률적인 전문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소속기업과 관련해선 더욱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법과 경영이 맞물리는 폭이 점점 더 넓어질수록 기업 내의 법무팀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