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빚내서 빚갚는 악순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두 공사가 앞으로 2009년까지 8년동안 갚아야 할 공적자금은 모두 1백34조원.당장 내년에 9조7천억원을 갚아야 하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매년 2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시달려야 한다. 공적자금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정부는 이 빚 대부분을 20년 이상 만기연장시킬 계획이다. 내년도 만기도래분 9조7천억원(원금 5조7천억원)중 8조2천억원(원금 4조5천억원)의 만기를 연장시키기로 한 것은 그 첫 수순이다. 이번 만기연장이 성공리에 끝나면 앞으로 매년, 이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차년도 만기도래분을 만기연장시킨다는 복안이다. ◇ 원금은 차환발행, 이자는 상환유예 =공적자금은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각각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과 '예금보험기금채권'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보증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것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만기를 연장시키는 방법은 차환발행, 즉 같은 채권을 다시 한번 발행해 채권 또는 현금을 채권자에게 주는 방법 뿐이다. 이자는 연장 방법이 다르다.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차환발행이란게 있을 수 없다. 채권자가 자발적으로 상환기일을 연장해 줘야 한다. 현재 두 공사로부터 이자를 받아야 하는 채권자는 다름 아닌 정부. 그동안 두 공사를 대신해 이자를 납부해 줬기 때문에 채권자 위치에 서있다. 정부는 아무 조건없이 무이자로 3∼5년간 상환기일을 연장해줄 방침이다. ◇ 얼마나 연장하나 =차환발행채는 가급적 20년짜리로 발행하겠다는게 정부측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채권시장에서 시장성 있는 최장기물은 7년짜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믿는 구석은 보험사들이다. 금융상품중 만기가 가장 긴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들 중에 상당수가 20년물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재경부에 타진하고 있다는 것.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결국 차환발행채가 몇년짜리로 발행될지, 즉 공적자금이 얼마나 만기연장될지는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형성되느냐에 달렸다. 수요가 많으면 20년간 만기연장이 가능할 것이고 반대 상황이면 7년간 연장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