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중환자실에서 나와 회복실로 가는 복도에 있다. 9.11 테러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미 경제에 빛이 보이고 있다. 일부 경기지표들이 예상외로 좋게 나오고 증시도 본격적인 상승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전체적으로는 7대 3의 비율로 경기악화 지표들이 더 많지만 침체의 깊이와 기간이 얕고 짧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 꿈틀대는 소비 =테러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10월 소비활동은 의외로 강했다. 자동차업체들의 무이자 할부판매 등 강력한 판촉전략으로 소매판매액이 9월보다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됐었다. 예상 증가율은 2.5%.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치의 3배 가까운 7.1%라는 숫자가 나왔다. 10년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물론 비교숫자인 9월 판매액이 전달보다 2.2% 줄어든 2천8백65억달러에 그쳤기 때문에 10월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탄저균 테러, 감원폭풍, 불안한 아프가니스탄 전황 등을 감안할 때 이 증가율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활동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고 경기침체가 완만(mild)할 것임을 의미한다. 최근 소비부문에서는 '예상외의 좋은 경기지표'들이 잇따랐다. 지난 주말 미시간대가 조사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당초의 하락(마이너스 5포인트) 우려와는 달리 0.8포인트 오른 83.5를 기록했다. 10월 유통체인점들의 판매액도 2.3% 늘어 예상치(1.5%)를 상회했다. 기업들의 감원사태도 10월을 고비로 주춤해지고 있다. 10월 셋째주 주간 실업수당 청구자수는 50만7천명으로 피크에 달한 후 계속 감소, 11월 첫째주에는 44만4천명으로 줄었다. ◇ 회생 기미 없는 생산 =미 경제의 20%를 담당하는 제조업계의 불황은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경기의 바로미터인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는 지난 10월 39.8로 연속 15개월째 떨어졌다.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말하는 이 지수의 속락은 제조업경기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산업생산은 지난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감소율도 커지고 있다. 이번 주말 발표될 10월 생산도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감소의 주요인인 공장 수주액은 지난 9월 5.8% 줄면서 연속 4개월 떨어졌다. 건설활동도 지난 9월까지 연속 7개월 위축됐다. 지난 상반기까지 소비와 함께 경제를 받쳐 오던 주택판매도 감소했고 경제의 10%를 구성하는 서비스산업 역시 불황에 빠져 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생산부문이 살아나야 미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 회복 전망 =이달 들어 낙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9월 테러발생 당시 빗발치던 장기침체 우려는 많이 약해졌다. 당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전에는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년 1.4분기 회복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잇단 금리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내년 초에는 플러스성장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조기종결 기대도 내년 초 회복 전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는 지난 14일 내년 1.4분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내년 한햇동안 1.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 4.4분기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2%를 기록, 지난 3.4분기(마이너스 0.4%)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