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통한 경비절감은 위기경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두려면 해고나 경비절감과 함께 직원 추스르기,장기 비전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구조구정의 대표적 실패사례는 미국 제지회사 스콧페이퍼의 앤 던롭 전 최고경영자(CEO). 1994년 5월 CEO에 취임한 던롭은 20개월의 짧은 재임기간에 전체 직원의 30%인 1만2천명을 해고했다. 취임 이틀 만에 11명의 고위임원중 9명을 잘라내 '전기톱'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1995년말 스콧페이퍼는 경쟁사인 킴벌리클라크에 매각됐다. 미래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구조조정'이 원인이었다. 1981년 45세의 나이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지휘봉을 잡은 잭 웰치 전 회장도 취임후 대대적 감원을 실시했다. 수익성이 없는 부문은 과감히 팔아치웠고 '등급매기기'를 통해 무능한 직원은 솎아냈다. 그의 20년 재임기간에 GE는 세계 최고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개월전 경영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GE를 떠난 그의 별명은 '중성자탄'이었다. 두 경영자가 대량 해고를 의미하는 '전기톱''중성자탄'이란 별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경영한 회사의 명암이 크게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십 연구로 유명한 남부캘리포니아대학의 워런 베니스 교수는 '명확한 목표설정'이 구조조정의 성공열쇠라고 분석한다. 웰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우리는 1,2등만 키운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고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는 전략수정을 통한 신속한 시장대응으로 유명한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이 '시장침체는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며 직원들을 독려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한마디로 '단기비용절감이 장기성장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 베니스 교수는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능력,불충분한 데이터로 어려운 결정을 신속히 내릴 수 있는 판단력,직원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술 등을 CEO가 갖춰야 할 '위기경영 자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나친 낙관론은 CEO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