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제 4차 각료회담 나흘째인 12일(이하현지시간) 의약품 특허권과 반덤핑 규정에서 일부 진전을 이룸으로써 뉴라운드 출범가능성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진행중인 각료회담의 6개 분야별 소그룹 회의에서 또 환경 문제와 농업보조금을 연계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접근됐으며 투자.경쟁정책을 수출보조금에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업보조금을 사수하려는 유럽연합(EU)의 입장이 아직 완강하며 환경 협상 착수에 대한 개도국의 거부감이 사그라지 않고 있어 폐막 하루를 앞둔 이번 각료회담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도 12일 "아직도 실질적인 이견이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각료회담은 최종 선언문에 앞서 13일 오전(한국시간) 수정 초안을 놓고 최종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소식통들은 이번에 뉴라운드 출범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향후 몇년이 소요될 무역 협상들을 위한 `로드맵'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 99년 12월 시애틀에서 소집된 3차 각료회담은 선진-개도국간의 심각한 견해차로 의제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선진-개도국은 12일 실무 소그룹 회의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같은 심각한 공중위생 위기 케이스에 한해 의약 특허권을 적용치 않는 쪽으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 특허에 특히 큰 이해가 걸린 스위스의 고위 관계자는 환경협상 착수와 공산품 관세 감축 등에서 양보가 이뤄지면 의약 특허에서 한걸음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패키지딜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고집해온 반덤핑 규정 강화에서도 일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출보조금과 연계된 사안으로 개도권이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어떤 절충이 이뤄졌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EU측은 환경보호 문제가 합의될 경우 농업보조금 감소와 관련해 각료선언에 좀더 강한 문구를 삽입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도국은 이에 대해 환경 협상에 임할 준비가 아직 돼있지 않다면서 대신 농업보조금 삭감에 관한 문구가 강화되는 조건으로 EU가 원하는 투자.경쟁정책 협상을 수용할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앤 배니먼 미 농업장관은 농업 부문의 수정초안이 "너무도 신중한 문구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기 힘든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은 농업보조금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반면 EU는 이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고 배니먼 장관은 지적했다. 모로코 협상 대표인 나세르 벤젤룬 대사는 "각료선언이 채택될 가능성을 여전히낙관한다"면서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최선은 아니라도 합의가 이뤄지는것이 안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어 총장은 "아직도 실질적인 이견이 있는 분야가 많다"면서 "폐막일에 회원국 대표들이 (획기적으로 바뀐) 내용에 대해 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과연 보게될지 모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도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