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이나 소시지 등 진공포장된 제품을 뜯은 후 보관할 때 보통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진공상태로 포장하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일반가정에서 진공포장기와 필름을 사용하기에는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기업이 저렴한 진공포장기와 진공필름을 개발,특허를 얻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경기도 수원의 제로팩(대표 안준영)이란 회사다. 종업원 7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다래법률.국제특허사무소를 통해 진공포장기와 진공필름을 특허출원한 뒤 세계를 무대로 미국의 거대 기업과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다. 진공포장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용으로는 많이 사용돼 왔다. 가정용 식품진공포장기는 불과 5~6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아시아 남미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식품을 진공포장하면 보존기간이 일반포장에 비해 3~4배 이상 길어진다. 맛과 신선도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제로팩이 수입품이 판치는 진공포장기와 진공필름을 자체 개발했다. 특히 제로팩의 진공필름에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기술이 들어있다. 비닐과 비닐 사이에 벌집모양의 엠보싱 필름을 삽입했다. 공기통로 역할을 하는 엠보싱 필름으로 진공능력이 향상됐다. 진공팩 내부의 공기를 완전히 뽑아내 유해한 미생물,공기,곰팡이 등의 침입을 막는 기능을 한다. 진공필름의 세계 시장 규모는 10억달러 정도.이중 80%를 미국의 틸리아사가 차지하고 있다. 독점인 셈이다. 제로팩의 진공필름 가격은 틸리아사의 30~40%선.뛰어난 제품 질에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안준영 사장은 "일본 시장의 문부터 두드렸다. 비슷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안 사장은 덧붙였다.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통신판매회사 메디아프라이스이 TV홈쇼핑을 통해 지난8월부터 제로팩 제품을 판매중이다. 광고 홍보 등 마케팅 비용은 메디아프라이스가 부담하고 있다. 제로팩은 미국과 유럽 수출을 준비중이다. 올해 매출은 5억원 정도.내년은 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031)9739-8190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