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뭉친다' 벤처기업들이 불황 극복을 위한 '몸부림'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벤처기업들의 전략적 제휴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지 못한 채 단순히 선언적인데 머물렀던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라이벌 업체끼리 손을 잡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나왔다. 심지어 채용까지 함께 하는 등 공동보조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는 벤처기업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외국기업이나 국내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좀체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짠돌이'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신지소프트(대표 최충엽)와 XCE(대표 김주혁). 두 회사는 최근 제휴를 맺고 무선인터넷 플랫폼관련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유럽 중국 중동 등 해외시장도 함께 개척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보통신부가 산업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추진중인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 표준화' 사업자 선정 프로젝트에 공동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하기도 했다. 김주혁 대표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BREW)'를 상용서비스하기로 결정한 퀄컴에 대항해 국내 기업의 플랫폼(애플리케이션 등을 지원해 주는 기반기술)을 표준으로 만들고 두 회사간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 벤처기업인 메디오피아테크날리지(대표 장일홍)와 크레듀(대표 김영순)도 최근 손을 잡았다. 양사는 메디오피아의 웹기반 교육솔루션에 크레듀의 교육콘텐츠를 결합키로 했다. 구체적으론 메디오피아의 교육솔루션을 설치한 대학 및 교육기관에 크레듀의 콘텐츠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아울러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공동마케팅도 펼치기로 했다. 메디오피아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어 삼성 LG 등 대기업이 진출키로 한 상태"라며 "벤처기업들이 선점한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보조도 등장했다. 인바이오넷 지니텍을 비롯한 13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공동광고'와 '공동 기업설명회'를 통해 공동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채용 홈페이지(www.ddjob.co.kr)까지 만들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경수 회장은 "벤처기업 한 곳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하면 설명회를 생각할 수도 없다"며 "적은 비용으로 우수인재를 뽑는데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공동채용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품을 개발해 놓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은 마케팅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그린바이오텍 도드람B&F 제네티카 등 20개 바이오기업들은 '바이오벤처사업단'(가칭)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또 '나라콤'에 제품 독점판매권을 부여키로 했으며 나라콤은 30억원 규모의 마케팅지주회사를 설립, 바이오기업들의 기능성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바이오벤처기업은 그동안 골다골증예방물질 면역증가제 특수효모 헬리코박터위염균 제거물질 신종 유산균 고분자 키토산 등의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팔지 못해 자금사정이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이들의 '어깨동무 전략'은 이를 타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술투자의 이정태 사장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벤처기업의 생존형 공동보조는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