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수산물보조금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나머지 140개국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 돼가고 있다. 10일 한국대표단 등에 따르면 당초 보조금 협정 개정안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던 수산물 보조금 규정 개정건이 스튜어트 하빈슨 일반이사회 의장의 2차초안에 별도로 적시돼 수산보조금 문제가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10월8일 1차초안에는 아무 언급이 없었지만 10월27일의 2차초안에는 반덤핑, 보조금협정 개정을 논한 뒤 바로 아랫부분에 `수산물 보조금 관련 규율도 명확히(clarify) 하고 개선(improve)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이 내용은 2차초안이 나오기 전날 제네바에서 열린 그린룸 회의에서 `불쑥' 튀어나오면서 독립적인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게 제네바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시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게 반대했지만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피시(Fish)프렌즈(Friends) 그룹의 강력한 공세에 밀려 다음날 초안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다. 1차 초안에서 유럽연합이 환경을 잃고 미국이 반덤핑협정 개정문제에 직면하게된 상황에서 `통상(通商) 빅3' 가운데 유일하게 1차 초안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것으로 평가되던 일본에 일격이 가해진 것이다. 한국 역시 농업과 반덤핑협정 개정 등 주력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수산보조금 문제까지 등장해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지난 9일 오전과 오후에 연쇄 양자접촉을 갖고 문제의문구를 빼기 위한 공동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에 동조하는 국가는 거의 없어보이는 상황이다. 수산보조금 문제는 원래 97년 이후 수산자원의 지속적 이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환경 문제와 연관돼 쟁점화되면서 WTO 무역환경위원회(CT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다. 한계상황에 처한 어민에 대한 보조가 과잉어획능력을 유발시켜 수산자원의 고갈과 무역환경을 왜곡시킨다는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반면 일본 등 반대 진영에서는 보조금이 수산자원 고갈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가 부족한 만큼 논리의 비약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수산자원 고갈의 주된 원인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무절제한 어업권 남발과 불법어업, 편의치적선 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이와관련, 지난해 7월 WTO 무역환경위원회에서 수산자원 조성을 위한 정부 보조금과 어선감척사업 등은 긍정적인 보조금으로 규정한 반면 영어자금과 면세유, 정부 수매사업, 해외어업경비지원 등은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금으로 규정했다. 한국의 수산보조금 규모는 어항건설 등 사회간접자원 지원을 포함해 정부의 연간 직접보조가 3천억원 안팎이며 저리 영어자금 융자 형태의 간접지원, 40% 가량의절감효과를 주는 유류면세 혜택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 관계자는 "최종 각료선언문에서도 초안 내용대로 굳어질 경우 향후 영향을 예단키 어렵지만 독립된 문장으로 특정되는 만큼 보조금협정의 틀 안에서 논의하는 것에 비해서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하=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