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과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의 간담회는 지난 5월16일 열린 1차 간담회에서규제완화 추진을 위한 합의문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정부와 재계가 약 2시간에 걸쳐서로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하는 자리로 끝났다. 진부총리는 간담회에서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를 원칙은 지키되 3년간 과도기를거쳐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안과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예산을 5조원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중임을 시사하는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도 주요 논의대상이 됐으나 특별한 해결방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진부총리는 인사말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탄없이 얘기하기 위해 왔다"며 "기업에게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대로 알리고 정부로서는 과거의 발상을 과감하게 바꿀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부총리는 또 "예나 지금이나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라며 "신명나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해 보자"고 이날자리의 의미를 부여했다. 회의 첫 마디는 역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로 시작됐다. 진부총리가 "최근 청년실업 문제가 언론에 크게 다뤄지고 있는데 실제 사정은어떠냐"고 말문을 꺼냈다. 이에 대해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시스템에서는 기업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의견을 내놓았고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고령층 근로자가 나가고 젊은층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너무 시장이 경직돼있어 청년 근로자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30대그룹 참석자들은 정부가 한쪽에 기울어지지 말고 균형있게 노사문제를 풀어나갈 것과 노조활동에 대한 국민적 정신개혁 활동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진부총리는 이에 대해 경제계도 노조를 잘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SOC 투자확대와 관련,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지금까지는 SOC 투자가 도로.항만시설에 집중됐으나 이를 주택부문으로 확대하면 산업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건의했다. 중국 관광객 유치확대를 위한 방안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중국 관광객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서울에 한 곳밖에 없는 카지노를 늘리는 등 관광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계 현안이 됐던 출자총액규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과 관련한논의는 진부총리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30대그룹 참석자들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아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진부총리는 간담회가 끝난뒤 내놓은 `당부말씀'이라는 자료를 통해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내년에 뿌릴 볍씨를 품에 안고 죽는다(農夫餓死 侵厥種子)"며 기업이 연구개발과 미래를 향한 투자를 통해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줄 것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불황일 때일수록 널리 인재를 거두어 쓰라"며 어려운 시기에 인재확보에적극 나서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과 함께 "기업도 사람, 신뢰가 생명"이라며투명.책임경영 및 윤리경영의 실천에 적극 나서줄 것도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