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9일 30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과의 간담회에서 경기침체에 따라 내년에 사회간접자본(SOC)투자규모를 5조원 가량 늘리고 대기업집단지정제도를 3년간 과도기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OC 투자규모 확대와 관련해서 진 부총리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4%대에 그쳐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인 5∼6% 수준을 밑돌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대응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경기진작 효과가 높은 SOC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정도인 5조원 가량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 부총리는 그러나 재정확대와 관련, 이미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본예산을 수정할 지 아니면 내년에 접어들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즉, 경기침체에 대비해 재정기능 확대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표명이었다는 것이 배석한 권오규 차관보의 설명이다. 진 부총리는 지난 9월 미국 테러사태 발생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 전윤철 장관도 필요하다면 내년 예산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진 부총리의 이런 견해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등 야당이 112조5천800억원 규모로 제출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팽창예산'으로 규정하고 대폭 삭감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증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현실적인 이유이다. 또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재정규모를 늘리려면 추가 국채발행 이외 다른 방안이 없으며 이 경우 조속한 시일내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한다는 정부의 약속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관련, 진 부총리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책임성이 지난 4년간 상당히 진전됐지만 아직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만큼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관련 규제를 3년 정도 과도기적으로 현행틀을 유지하되 이로 인한 기업의 애로사항은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련 규제완화 문제는 현재 정부 내에서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있어온 데다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최종안 확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정부 입장은 그러나 순자산의 25%를 넘는 출자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출자총액규제의 예외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에 대해서만 3조원 규모를 주장하는 공정위와 GDP의 1∼2% 수준인 5∼10조원 규모를 제시하고 있는 재경부 사이에 의견차가 있지만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진 부총리의 언급은 현행틀을 3년정도 유지하되 그후에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 부총리는 그러나 3년후에 현행 대기업집단 규제를 전면 폐지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권오규 차관보는 이에 대해 "당분간 현행틀을 유지하며 기업애로사항을 덜어준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3년뒤 폐지 여부는 그때 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