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협상의출범 여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형태가 '그린룸(Green Room) 회의'다. 이 회의가 주요 핵심 쟁점마다 주요국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절충을 시도하는 자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룸은 원래 스위스 제네바 WTO 사무총장실 바로 옆에 있는 소회의실을 부르는 말이다. 이 방의 벽지 등이 초록색인 데서 따온 것이다. 테이블에 2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을 정도의 규모인 그린룸에서는 그동안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이 날카로운 이해 대립을 보이는 국가 대표를 불러 막판 의견 조율을 시도, 합의를 자주 이끌어 냈다. 그린룸회의는 그린룸에서 진행된 회의형태를 칭하는 말로 굳어진 셈이다. 그린룸에서는 보통 주요국의 `대표선수' 격인 협상 수석대표 1명씩을 불러 정치적인 판단을 요하는 의제를 놓고 토론 및 결정을 하는 형태를 취할 때가 많다. 여기서 결정된 사안은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형식을 취하며 대부분 주요국들이 그림룸에서 합의에 이른 내용인 만큼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WTO 회원국 일부에서는 이같은 밀실회의가 회의의 투명성을 저해한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도하 회의에서도 무어 총장,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등 핵심 인물들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그린룸회의 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1일 오후에 이번 회담에서의 첫 그린룸회의 일정이 잡혔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통상 빅3'와 캐나다를 포함하는 '쿼드(Quad)' 4개국 대표 외에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이 그린룸 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대 쟁점이 될 농업협상 선언문 작성이나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덤핑협정 개정문제, 개도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아직도 강력하게 밀고 있는 환경문제의 의제포함 여부 등은 그린룸회의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도하=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