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주요 금리를 0.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유로권 12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ECB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지 이틀만에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조달금리(기본입찰률)를 3.75%에서 3.25%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ECB의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올해 들어 4번째이다. ECB는 지난 9월 미국 테러사건 직후 FRB와 보조를 맞춰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2번째 동반 금리인하를 단행해 세계경제의 침체를 반영했다. ECB는 이날 조달금리 인하와 함께 예금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도 2.75%에서 2.25%, 4.75%에서 4.25%로 각각 0.5% 포인트씩 인하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미국과 영국의금리 인하 조치에 따라 ECB도 조만간 금리를 내린다고 예상해 왔으며 이번 인하 폭은 당초 예상했던 0.25% 포인트보다는 훨씬 큰 폭이어서 ECB가 경제계의 경기부양대책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ECB는 9월 17일 FRB와 보조를 맞춰 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한 이후 유럽 정치권과 경제계가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FRB가 지난 6일 올해 들어 10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유로랜드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ECB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빔 두이젠베르그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랜드의 경기가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에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플레 압력이 완화함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겼다"고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9.11 미국테러 사건'으로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심화했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기업 투자와개인 소비가 위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이젠베르크의 이 같은 발언은 ECB가 그 동안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면서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점과는 상반하는 것으로 향후 ECB의 금리정책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한 경기부양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 주어 주목되고 있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ECB는 그동안 한 달에 2번씩 금리를 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했으나 앞으로는 한 달에 한번씩만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 재무부는 ECB의 금리인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재무부 대변인은 이번 금리인하는 독일 정부가 공공 재정을 안정시키고 유럽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제반 의무를 다하겠다고 거듭 확인함에 따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