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유일한 슈퍼파워'로 군림해온 미국이 9.11 테러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테러전쟁을 계기로 신국제질서가 태동할지 전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 발전의 동력이었던 자유무역도 카타르 도하의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를 견인해온 IT(정보통신)산업도 계속되는 불황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이다. 이런 세계사적인 전환기의 중심에는 미국이 서 있다. 이 거함의 선장인 미국 대통령은 지금 뉴밀레니엄(새천년)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9일 방한하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지금 미국을 이끌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로서, 최대 후원자이면서 조언자이다. 현직 대통령은 아버지인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철학과 국제전략뿐 아니라 인맥까지 물려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 세계정세의 흐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신문인 한국경제신문사와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잡지인 비즈니스위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계 지도자와의 대화'(Global Leaders Dialogue.GLD)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방한 기간중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세계적 힘의 균형에 대한 재정의: 아시아의 견제'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역량이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가 21세기 세계질서를 좌우하게 될 것이며 특히 중국과 인도의 역할이 새로운 세계 질서 형성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국내 정.재계 인사들과도 만나 국제정세와 세계경제, 남북관계 등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정부쪽에선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 정태익 외교안보수석과 만나 한.미간 협력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정계에선 한광옥 민주당 대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변웅전 정우택 유재근 이종걸 의원이 부시 전 대통령과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된다. 재계에선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장,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 김경주 칼라일아시아 회장,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 김주형 제일제당 사장, 백기웅 KTB네트워크 대표 등이 참석한다. 서태식 삼일회계법인 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과 매튜 캡 스리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브렛 고딘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아태담당 사장 등도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난다. 주최측인 한국경제신문사와 비즈니스위크에선 각각 최준명 사장과 앨런 라민 부사장이 참석한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한.미간 관계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미국이 틈만나면 통상 문제를 들고 나와 고민하고 있는데 부시 전 대통령 방한이 미국측에 우리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미경제협의회 정윤옥 부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W 부시 현 대통령과 한국의 정·재계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세계 지도자와의 대화는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어떤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