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는 터널의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테러참사 후유증 등으로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지고 소비마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동향은 내년에도 현재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불경기에서도 잘나가는 기업들은 있는 법. 눈여겨 보면 불경기를 비웃듯 매출외형 성장가도를 계속 달리거나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업들도 찾을 수 있다. 특히 몸집이 크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들 중에선 불황을 모르고 '불경기'를 넘기고 있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당한 몸집 등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불경기는 남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불황 속에서도 잘 나가는 중소.벤처기업들은 여러 측면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불황일수록 과감하게 투자하고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강한 영업력으로 수익을 유지하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장점을 집중 분석해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옮겨가거나 해외시장 개척, 서비스 차별화, 경영시스템 혁신 등으로 꾸준히 기업체질을 강화한 결과 불황에도 끄덕하지 않는 토대를 갖춘 중소기업들도 있어 벤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작년 매출의 2배 가량을 올해중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웅진코웨이개발의 예를 보자. 이 중소기업은 맞춤형 정수기(네오팩)라는 신개념 상품으로 정수기 시장을 휩쓸고 있다. 게다가 '코디'라는 독특한 고객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한게 주효해 가파른 성장곡선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얻고 있다. 태광뉴텍과 우리기술은 자사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태광뉴텍은 농업용 필름을 만들어온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최근 새로운 건자재로 각광받고 있는 플라스틱유리사업에 진출,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리기술은 원전제어시스템 제조 등에서 쌓은 실력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 사업영역을 버리지도 않았다. 신.구 사업영역간 절묘한 조화를 꾀하고 있다. 새로 뛰어든 케이블TV용 셋톱박스, PC 바탕화면 동영상 재생프로그램, 전자상거래용 보안인증 결제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며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고 있다. 텔로드시스템즈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영업력과 아이디어로 불황에 맞서고 있다. 이 회사 배방희 사장은 영업전선만 돌아다닐 정도로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또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되 틈새를 집중 공략하는 타깃전략과 수요예측으로 새로운 시장을 일궈가고 있다. 노루표페인트로 유명한 DPI의 경우엔 경기변동에 민감한 전통 제조업체이지만 분사화(分社化)를 통해 비능률을 극복하고 매출과 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제품설계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네트워크로 묶는 디지털화를 추진한데 따라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정보통신은 불경기에 오히려 과감하게 투자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산센터를 신축하고 연구개발 인력도 2백30명에서 3백명으로 늘렸다. 불황에 투자하면 경기가 좋아질 때 먹을 파이가 커진다는게 이 회사의 생각이다. 네스테크도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기업이다. 중소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력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네스테크는 전체 직원의 52%를 연구부문 인력으로 두고 있을 정도다. 20여년동안 열교환장치 분야만 주력해온 삼영열기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한때나마 위기를 겪었지만 해외시장 개척에서 성공을 거둬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의 90% 이상은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