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이 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4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만일의 테러 사태에 대비, 공식 대표단 구성을 대거 축소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99년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한차례 실패한 뒤 2년을 준비해 온 뉴라운드 출범 논의가 다시금 중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일 정부의 대표단 축소는 이번 각료회의가 국제 테러 단체들의 집중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영국을 포함해 전세계 1백42개 WTO 회원국 대표와 세계 각국의 기자단,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6천명이 참석하는 거대 국제회의여서 테러리스트들의 좋은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WTO 회원국은 이같은 점을 들어 회의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6일 "아랍 테러단체의 집중 표적으로 유력한 미국은 당초 2백50명의 정부 대표단을 파견키로 했다가 1백30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상황에 따라 50명 이하의 초미니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비상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아울러 대표단 전원에게 방독면과 탄저병 치료제 등의 구급약을 지급키로 했다. 일본 역시 각료회의에 참석할 대표단 수를 당초 2백50명에서 1백70∼1백80명 수준으로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제네바 주재 일본대표부는 이번 회의에 여직원을 참석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전체 일본 대표단에서 여성이 제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표단에 탄저병 치료제를 구비토록 하는 외에 별도 의료진을 구성하는 방안도 일본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 서구권 국가들 대부분도 '이번 각료회의 참석을 원치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대표단에서 제외시킨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2명의 정부 대표단과 18명의 기자단을 파견키로 한 우리 정부도 대표단의 안전대책 마련에 비상을 걸었다. 정부는 대표단 인원을 축소하지는 않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지급할 방독면을 서울에서 도하까지 공수해 가기로 결정했다. 또 탄저병 치료제로 유명한 시프로(cipro)도 미리 준비키로 했다. 대표단과 기자단 전원을 대상으로 테러 발생때 즉각 대처할 수 있는 화생방 훈련을 실시했고 비상시 카타르를 즉각 탈출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카타르 정부와 WTO 사무국이 입국 절차에서부터 회의장 입장에 이르기까지 테러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큰 사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조그만 테러 사건이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이번 각료회의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뉴라운드가 또다시 좌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