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의 기업활동 감시로 기업들이 환경문제나 주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도록 한 점은 결코 과소평가돼선 안된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감시가 지나쳐 기업 본연의 활동 자체를 위축시킨다면 문제다. 그건 시민단체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재계는 시민단체의 과잉 활동사례로 지난 2월 삼성전자가 미국의 투자자문회사(ISS)로부터 '기업지배구조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참여연대가 ISS에 공문을 보내 이의를 제기했던 일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당시 참여연대의 행동은 기업의 대외신인도에 커다란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한국 간판기업의 이미지를 손상시킴으로써 한국의 국가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게 삼성의 주장이다. "주총장 등에서 이사선임이나 경영상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나라 밖을 향해서는 그래도 우리 기업을 옹호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삼성 관계자는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99년 소액주주 단체들이 SK텔레콤의 3대 주주였던 타이거펀드 등 해외자본과 보조를 맞춰 SK텔레콤의 유상증자 반대운동을 벌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주주를 위한 증자라고 반대했지만 정작 타이거펀드는 보유지분을 SK 계열사에 넘겨 수천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사례는 또 있다. 전남 여수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한국바스프는 설립요건을 다 갖추고도 한 시민단체의 반대에 밀려 착공허가를 받는데 20일 이상 속을 끓여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향후 3년 동안 한국에 새로 투자키로 한 4억달러의 투자계획마저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정도로 절박했던 순간이었다"고 바스프 관계자는 전했다. 5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도입을 촉구했던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과연 무엇을 위한 의약분업이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운동의 평가와 방향에 대한 논란은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17일 사단법인 '시민운동지원기금' 주최로 열린 '2001포럼 시민사회.시민운동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측이 노선의 차이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이었던 이석연 변호사는 "현 시민운동 진영은 '초법화 경향, 관료화, 권력기관화, 연대를 통한 센세이셔널리즘과 획일화 경향, 무오류성의 환상에 젖어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시민단체의 자성을 촉구했다(이 변호사는 10일 사무총장직에서 떠난다). 참여연대의 박원순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며 "자신의 단체를 제대로 운영하기에 앞서 다른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것은 시민운동가의 윤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격해 양 진영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참여연대의 방향이 올바른지,아니면 이 전 경실련 사무총장의 지적이 타당한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재계에서 걱정하는 것은 시민운동이 가뜩이나 심각한 반기업정서, 특히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자유기업원 이형만 부원장은 "시민단체가 기업의 잘못을 지적해 시정토록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기업이 경제의 핵심주체이고, 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한국경제도 순항할 수 있다는 점만은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경영이 투명해지면 비효율성이 제거돼 경쟁력도 그만큼 강화된다"며 시민단체의 경영감시활동도 결국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 특별취재팀 = 이희주 산업부장(팀장) 손희식 김태완 김홍열 강동균 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