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초년생 김동수씨(28)는 휴대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왔다. 한달 이용요금이 20만원에 육박하면서 은근히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1백40만원 정도의 월급 가운데 개인통신요금으로 나가는 돈이 7분의 1에 이르니 요금통지서가 날아오는 날이면 속이 쓰린 것은 당연한 일. 김씨 같은 영업맨들은 업무성격상 한번 휴대전화를 쓰면 보통 4-5분씩 길게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요금을 많이 물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일 수 도 없는 일이고 해서 고민이었다. 이런 김씨에게 최근 한 광고가 무척 매력적으로 와 닿았다. "5분이 넘는 장시간 통화를 할 때는 요금을 절반으로 깎아 준다"는 SK텔레콤의 '유토(UTO)' 광고가 그것. 김씨는 바로 '유토'로 바꿨다. '유토'는 SK텔레콤이 25세에서부터 35세까지 이른바 '2535' 세대를 대상으로 내놓은 새로운 이동통신서비스. 지난달 20일 처음 선보인 이래 10여일만에 가입자가 7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 시청 부근 SK텔레콤 대리점의 박경숙씨는 "광고를 보고 하루에 수십통씩 문의전화가 밀린다"면서 "대박예감이 적중했다"고 자랑했다. 휴대전화 주고객층을 타깃으로 =SK가 상품 개발에 착수한 것은 올 봄. 두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이 세대가 가장 많이 휴대폰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SK텔레콤 가입자의 휴대전화 사용실적을 분석해 보면 전체 가입자의 평균통화료는 월 3만3천1백89원이지만 25~35세는 3만5천3백74원으로 2천원 이상 많다. 따라서 '2535' 세대의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회사 수익성은 좋아진다. '2535' 세대가 이처럼 유망 고객층이지만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SK의 점유율은 36%로 SK의 전체시장 점유율 42%에 훨씬 못미쳤다. SK로선 이 세대를 붙잡는 강력한 무기가 절대로 필요했다. SK텔레콤 이시혁 프로모션팀장은 "19세부터 24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TTL 상품의 가입자가 나이들어 25세가 될 경우 이들을 흡수할만한 상품이 없었다는 점도 유토 탄생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행동에 맞춘 고객전략 적중 =SK는 새 상품 개발에 착수하면서 타깃층인 25~35세 가입자가 무얼 원할까에 초점을 맞췄다. 결론은 바로 요금.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이대로 휴대폰을 제일 많이 쓰는 이들 세대엔 요금을 싸게 해주는게 가장 큰 유인책이라는 답안이 내려진 것이다. 그래서 '유토'의 핵심으로 '장시간 통화시 할인'을 내세웠다. 통화시간이 2분을 넘기면 30%, 5분을 넘으면 50%를 싸게 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타깃 고객중 결혼을 앞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 2개의 지정번호에 대해선 통화료의 50%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이밖에 야간과 주말에 주로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통화료를 10초당 9원으로 대폭 할인해 주는 레저요금제도 만들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문철우 교수는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요금체계"라며 "다양한 할인요금제가 유토의 인기 비결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보스' 세대에 맞는 광고 이미지도 히트 =이렇게 해서 '유토'가 나왔지만 마케팅 전략 마련이 쉽지 않았다. 요금만을 내세우기엔 뭔가 부족했고 학생이나 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TTL이나 TTL팅과는 달리 유토 타깃 고객은 직업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 나이로 묶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때 힌트를 얻은 단어가 바로 '보보스'(Bobos). 부르주아(Bourgeois)의 경제적 기반에다 보헤미안(Bohemian)적 사고방식을 가진 디지털시대의 신인간인 보보스는 안정된 소득에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20대 후반~40대를 일컫는 말이다. 일에 열심이면서도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2535세대의 특성이라 본 것이다. 그래서 새 서비스 브랜드를 '너의 땅(your 土) 또는 유토피아'를 뜻하는 '유토'로 지었으며 마케팅 컨셉트도 '당신만을 위한 또 하나의 삶, 유토'로 잡았다. 유토 광고를 만든 화이트 커뮤니케이션의 이지희 이사는 "2535 세대는 일 외에 또다른 삶을 원하고 있다"며 "유토의 마케팅은 자신만의 생각 가치 기준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2535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