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조직폭력배)'에 의한 시장경제 왜곡이 심각한 상황이다.

마약 매춘 등 지하경제권에 숨어있던 조폭들이 최근 증권 벤처 건설 등 제도경제권으로 뛰어들면서 각종 불법이 판치고 있는데도 당국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서울 강남의 증권회사 지점 등을 통해 수십억~수백억원 단위의 자금이 증시에 진출,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뒤 거액의 차익을 챙기는 '작전'에서부터 권력과의 결탁을 동원한 지방건설 입찰 등 대형 이권 스캔들에까지 조폭이 연루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벤처 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 차익을 노려 앞다퉈 진출해 왔으나 경기한파로 손실을 보게 되자 폭력을 동원,투자 자금을 강제 회수하는 등 물의가 꼬리를 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처육성정책이 도입된 98년 이후 2년 남짓 동안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1백20여개 창업투자회사 가운데 상당수가 조폭 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이 분야에서도 조폭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예정 부지를 골라 땅주인들을 협박, 싼 값에 매입해 건설회사들에 되파는 고전적인 수법에서부터 철거대행, 새시 시공 등 '마진'이 큰 사업들이 조폭들의 손에 넘어가 가격 담합과 조작 등으로 시장질서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패션 메카'로 불리는 동대문 의류시장 등 주요 유통상가도 조폭들의 폭력과 강압으로 멍들기는 다를게 없다.

입점 상인들이 '권리금' '상가유지비' '알선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백만~수천만원의 돈을 뜯기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조폭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동대문 시장을 떠나는 상인들이 속출, 패션의류의 수출 비즈니스에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되는 단계다.

지난해 패션 의류 수출액 19억달러의 상당부분이 동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을 찾은 외국계 '보따리 장사'를 통해 거래됐지만 자칫 조폭 등쌀에 고사위기를 맞을 판이다.

최근에는 문화산업이 뜨면서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도 조폭들이 빠른 속도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김창진 고려대 교수는 "정치권력과 일부 기업인 간의 빗나간 정경유착 등이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왔으나 최근에는 조폭집단까지 정치권력과 합세하는 권.폭 유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과 질서를 되찾는다는 차원에서 사직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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