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아르헨티나와의 교역규모가 작은데다 투자액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한국의 대(對) 아르헨티나 교역규모는 5억4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순투자액도 지난 8월까지 1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중남미 주요 5개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거래액도 10억달러(작년 기준) 수준에 그쳐 전체 대외 금융거래액의 7%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이미 몇년 전부터 거론돼 우리 정부와 기업이 사전에 준비를 해왔던 것도 한국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아르헨티나에 지원한 경제협력 자금도 전혀 없는 상태다. 다만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역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대금을 떼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데다 아르헨티나의 수입 수요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 아르헨티나 수출규모는 지난해 4억5천만달러에서 올들어 9월까지 2억7천만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97년 수출규모가 6억3천만달러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4년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품목별로는 가정용 전자제품이 지난해 9천4백만달러에서 올들어 9월말까지 5천2백만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산업용 전자제품(6천만달러→1천6백만달러) 수송기계(5천4백만달러→3천3백만달러) 직물(4천7백만달러→2천2백만달러) 일반기계(4천만달러→2천7백만달러) 등 전 품목에서 수출이 절반 가깝게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98년 1억2천만달러 수준에서 △99년 1억6천만달러 △2000년 1억9천만달러 △2001년 9월까지 2억7천만달러로 급상승했다. 특히 농산물은 지난해 6천5백만달러에서 올 들어 9월까지 1억2천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와의 무역수지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 98년 4억5천만달러에 달했던 흑자규모는 △99년 2억7천만달러 △2000년 2억5천만달러로 줄어든 뒤, 올들어 9월까지는 5백58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의 대 아르헨티나 수출은 더욱 줄어들겠지만 수입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우려가 되는 대목은 '아르헨티나 발(發) 경제위기'가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경우다. 교역규모를 고려했을 때 중남미로 경제위기가 확산될 경우 한국의 수출은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브라질과의 교역규모는 26억5천만달러(수출 17억2천만달러, 수입 9억3천만달러)로 아르헨티나(6억3천만달러)와의 교역규모에 비해 4배를 넘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은 페소화 등 현지 통화의 평가절하 등에 대비해 결제 조건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외상거래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들은 현지 대규모 수입상들의 여신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수출거래시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