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역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지역의 특정 산업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4일 경제관련 국책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에 대한 면밀한 연구분석이 절실함에도 불구, 국가차원의 지역연구는 지난 80년대보다도 더 열악한 실정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책 연구기관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역 연구기구와 인력을 크게 축소, 연구 수행능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 80년대 이후 계속 축소된 해외 지역연구 =우리나라에서 국가차원의 본격적인 세계 지역연구는 지난 77년 출범한 국제경제연구원(KIEI.현재 산업연구원의 전신)에서 시작됐다.

82년 KIEI가 세계 지역.산업.기술 연구를 추진키 위해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으로 개편되면서 해외 지역연구는 특수지역실(중국 러시아 북한) 개도권실 미국.유럽실 중남미실 중동실 일본실 등 6개실에 약 1백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돼 진행됐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이 산업연구원(KIET)으로 다시 재편되면서 지역연구 기능은 3개실.1개 센터로 축소됐다.

해당 연구인력도 5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98년 정부출연 연구기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역연구는 더욱 오그라들었다.

그동안 KIET가 담당했던 해외 지역연구 기능이 대부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 넘어간 것.

현재 KIET에 남아 있는 지역연구 전담인력은 7명(산업협력실 소속)에 불과하다.

80년대말 각 10명에 달했던 중국과 러시아·동유럽 전문가는 현재 각각 3명, 2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 그나마 거시.통상부문에만 집중 =98년 해외 지역연구 기능이 KIET에서 KIEP로 이관되긴 했지만 KIEP는 원래 지역전문가들이 아닌 국제통상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당연히 해외 지역연구도 다자간 무역협상 등 국제통상이나 경제성장률 전망 등 거시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특정 산업 등 미시적 부문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해 지난 3년간 KIEP가 작성한 보고서는 지난 99년 22건, 2000년 14건, 2001년 22건이다.

이중 중국 철강산업이나 IT(정보기술)산업 등 특정 산업과 관련된 연구는 각각 0건, 1건, 3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구기간이 1개월 밖에 되지 않는 수시 단기과제 일환으로 작성된 연구보고서가 대부분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중 지역연구 관련 전담인력(32명)을 갖추고 있다곤 하지만 일본의 지역 연구 전문기관인 아지켕(1백75명)이나 중국 사회과학원(2백35명) 등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 국가차원의 지역연구 체제구축 필요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국제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데도 세계 주요 국가나 전략 지역들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총체적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무슨무슨 '특수' 바람에 휘둘려 지역연구를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 연구를 정부 연구기관 대학 민간기업 등이 각자 필요에 따라 독자적으로 하다보니 그나마 부족한 인력과 예산이 분산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연구 역량을 한군데로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연구 전문인력 육성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전국 32개대학에서 국제.지역대학원을 운영하곤 있지만 커리큘럼이 대개 비슷하고 국제관계 국제경영 국제법 국제통상 등 일반적인 사항을 가르치는 수준이어서 실제 지역전문가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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