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회사정리 실무준칙(관리인 선정.감독기준)은 부실기업의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법정관리를 조기 신청하도록 유도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즉 부실기업의 경영주라도 필요할 경우 경영권을 계속 갖도록 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파산부 관계자는 "흔히 법정관리는 기업 퇴출의 통로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업회생의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준칙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준칙개정 배경=지난 97년과 98년 각각 39건과 53건에 달하던 법정관리 신청은 99년과 지난해엔 각각 10건과 9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올들어서도 지난달 현재 단 9건에 불과하다. 결국 부실기업의 신속한 회생과 퇴출을 목적으로 한 회사정리법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파산부는 이에 따라 그동안 법정관리 신청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 옛 경영주의 경영권 박탈과 주식지분 소각 규정을 완화하는 한편 가장 적합한 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보완책 등을 준칙에 새로 담았다. 주요 개정내용=지난 3월부터 개선 방안을 마련한 파산부는 우선 옛 경영주측 인물도 법정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그동안 경영권 상실을 우려, 법정관리를 기피하던 풍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회사파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주측은 선임대상에서 제외했다. 동시에 선임 이후의 관리.감독 강화도 병행키로 했다. 경영권을 유지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옛 경영주측의 도덕적 해이나 각종 비리는 철저히 막겠다는 의지다. 회사파탄의 책임을 물어 옛 경영주의 보유 주식은 거의 1백% 소각한다는 기존 원칙도 탄력적으로 적용, 소각비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즉 법정관리를 신청한 옛 경영주가 경영권은 물론 주식지분도 일부 유지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또 준칙은 채권자나 관련 행정부처 등의 추천을 통해 가장 유능한 관리인을 선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법정관리기업의 정상화는 상당부분 관리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만큼 관리인을 선임할 때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도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법정관리의 최우선 목적이 퇴출이 아닌 회생이라는 것을 강조한 규정으로 풀이된다. 파장=파산부가 부실기업 경영주들에게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는 새로운 동기를 준 것은 분명하다. 그라나 의도대로 법정관리 신청이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정 준칙에 따라 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부실경영주가 몇 명이나 될까"라는 질문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적다. 회사가 부실화되는데 책임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경영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99년 개정된 회사정리법이 법정관리(정리절차)를 폐지하는 경우 반드시 파산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경영주와 채권자 등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더 선호하고 있는 점 등도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