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참사와 세계경기 불황이 한국의 수출에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때면 급증해온 가전제품 섬유 등 크리스마스 세일용품 주문이 지난달부터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바이어의 한국 방문도 잇따라 취소되고 일부 수출상담이 중단되고 있다. 연말 수출의 보루인 크리스마스 특수(特需)가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수출보험 확대 등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건이 워낙 나빠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 악재가 겹치고 있다 =수입국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가전제품(△24.4%) 섬유(△29.5%) 생활용품(△25.4%) 등 소비재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4.4분기중 미국에 대한 의류 수출도 약 30%(1억5천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중동 국가들이 1천8백만달러 상당의 직물 신용장(LC) 개설을 중단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경제 3대축이 동시 불황에 빠진 점도 문제다. 올들어 10월까지 일본 수출이 15.6%나 줄었고 미국(△14.9%)과 EU(△11.6%)에 대한 수출도 추락하고 있다. 주력상품인 반도체와 컴퓨터는 각각 43.2%와 24.1%나 하락했다. 금속제품(12.4%)과 석유화학제품(10.9%)도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통상분쟁을 벌이고 있는 철강제품 수출도 10.3%나 줄어들었다. ◇ 정부 대책 =산업자원부와 수출보험공사는 이달부터 수출 신용장을 가진 중소기업에 대해 수출신용 특례보증한도를 10억원(미국지역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1백% 늘렸다. 미국지역 수출기업에만 적용중인 보험금 가지급제도를 중동지역 수출기업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에 수출하다 보험사고를 당한 중소기업은 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보험금의 80%(대기업은 70%)를 미리 받을 수 있게 됐다. 산자부는 또 단기 수출보험 수입자별 인수한도를 기존 한도의 50%까지 추가로 늘렸다. 가령 수입자의 신용상태에 따라 보험한도 1백만달러를 적용받는 중소기업은 이제 1백50만달러까지 보증받을 수 있다. 산자부는 또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인 상품을 적극 발굴, 수출 전략품목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산자부의 이병호 무역정책심의관은 "현재 1백20개인 세계일류상품을 내년에 1백개 추가 선정하는 등 2005년까지 총 5백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