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GDP(국내총생산)의 70% 가량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산다는 얘기다. 국가간 교역 장벽이 낮을수록 큰 혜택을 보는 반면 높으면 높을수록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처지이기 때문에 한국은 상품과 자본,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주춤거릴 경우 가장 피해를 크게 입는 나라중 하나다. 미국의 테러전쟁으로 세계화가 갈림길에 선 지금 한국의 살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협상에 적극 참여해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블록화에 대응, 경제구조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는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한중일 등 동북아 3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세계를 향해 열린 경제체제를 더욱 수준높게 발전시키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결론이다. ◇ 뉴라운드 출범 총력 기울여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경태 원장은 "미 테러사태의 여파로 주요 수출시장에서 보호주의적 수입규제조치가 늘고 있다"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뉴라운드를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가 생존에 절대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달 9일 카타르에서 열릴 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하지 못하면 보호주의가 더욱 거세지고 그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반덤핑규제를 가장 많이 나라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농업분야를 제외하면 뉴라운드는 관세및 비관세장벽 제거와 시장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 큰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국내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해 규제완화와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분야의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지역협력 강화 서둘러라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세계화의 잇점을 활용할수 있도록 이제 주요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FTA는 가입국간 관세인하로 교역을 증대시키고 제3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미국시장 점유율이 협정전인 1990년 6%에서 협정후인 1999년 10.4%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위원회(ITC)도 최근 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미국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1백억달러), 미국의 대한 수출은 54%(1백90억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한중일 협력 앞장서라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은 "거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및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과 적절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우광 수석연구원은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중일 3국간 협력 필요성이 강도높게 제기돼 왔다"며 "3국이 협력하면 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와 함께 정치적 입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재한 걸림돌 =먼저 들수 있는게 FTA 체결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계층의 반발이다. 우리 정부가 칠레와 추진해 왔던 FTA가 농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일본과의 FTA 추진도 전자부품 기계 등 경쟁력이 약한 국내 기업이 반대하고 있다. 뉴라운드도 마찬가지다. '예외없는 관세화'를 원칙으로 시장개방을 꾀하고 있는 뉴라운드 협상에 대해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중일 3국 협력은 각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사정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승주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중일 3국간 지역협력체제 구축은 지역내 주도권 다툼이 심하고 각국간 사정이 달라 실제로 성사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반발을 무마하고 국익을 도모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리더십을 갖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