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어서는 등 대졸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석.박사 학위취득자와 해외 유학파들도 취업전선에 대거 가세하면서 대졸자들의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작아졌다. 특히 기업체 5곳중 4곳이 올 4분기에 직원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데다 세계경제 위축으로 국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내년 취업전선도 어둡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대졸자들은 이래저래 애만 태워야 하는 상황이다. 공채 경쟁률 1백대 1은 기본=한일 합작법인인 도레이새한이 최근 대졸 신입사원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10여명 모집에 3천16명이 지원,3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무리 실력을 갖춘 지원자라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3백명 모집에 나섰다가 5만2천여명의 지원자(1백73대 1)가 몰리는 바람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류를 심사하려면 인사팀 인력을 총동원해도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LG텔레콤은 1백20대 1,KOTRA는 1백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이제 어지간한 기업의 경쟁률은 수십대 1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은 "취업하려는 대졸 예정자와 취업 재수생은 43만명인데 반해 일자리는 6만여개에 불과한데 따른 결과"라며 "게다가 석.박사와 해외유학파까지 가세해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용전망 비관적=문제는 이런 경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발표한 "경기둔화와 노동시장의 고용동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테러전쟁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수출 등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내년 1분기까지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하락에 따른 기업의 인력구조조정 계절적 요인 신규 대졸자 노동시장 진입 등으로 연말연시에 실업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실장은 "실업난을 해결하려면 고용 흡수력이 약한 수출업종 일변도의 산업정책에서 탈피해 고용친화적인 내수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학생들 "졸업 최대한 늦춰라"=대졸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졸업반 학생들의 힘겨운 "버티기"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 현역이 예비군보다 입사에 유리하다"라는 불문률이 이들을 학교에 묶어 놓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에는 9학기 이상 재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모 대학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취업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중 상당수가 한두학기 학교를 더 다니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중에는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 상경계열 부전공 과목의 학점 취득을 위해 졸업을 일부러 늦추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어느 회사나 상경계열 출신을 우대하는 채용풍조 때문이다.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이진우씨(25)는 "80여명이 듣는 전공과목 수업에 타과 4학년들만 15명이 넘는다"며 "통상 5명을 넘지 않던 예년수준과 비교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편입을 통해 "몸값"을 높인 뒤 취업전선에 뛰어들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지방 K대학 철학과의 김모군은 "최근 들어 취직에 적합한 학과나 대학으로 옮기려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우리과의 경우만 해도 내년 1학기 편입을 대비해 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학번별로 5~6명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편입학 전문학원인 김영편입학원의 한 관계자는 "대학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경영학과나 컴퓨터공학과,영문학과 등 취업률이 좋은 학과로 진학하길 희망한다"며 "편입학 준비생 규모는 늘어난 반면 내년 1학기 편입학 정원은 올 2학기에 비해 줄어 들어 인기학과의 경우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