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제가 막다른 골목까지 갔다. 국가부도(디폴트:외채상환불능)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미국 등 선진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긴급지원 없이는 국가부도 사태는 시간문제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지뢰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동시 불황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남미 3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의 외채 위기는 세계 증시와 외환시장의 불안 요소다. ◇ 경제 및 시장상황 =주가와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외환보유액은 급감하고 있다.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로 추정될 정도로 경기침체는 악화되고 있다. 디폴트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29일 IMF 고위관리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 등과 최후 협상에 들어갔다. 이 협상에서 고금리 외채를 저금리 외채로 바꾸고 채무상환 기일도 연장하는 채무 스와프 및 긴급구제금융이 합의되지 않으면 디폴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디폴트 우려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8.7% 폭락한 219.54를 기록했다. 2005년 만기의 변동금리 국채가격지수는 56으로 10.8포인트나 급락했다. ◇ 외채 현황 =달러화로 이뤄진 정부의 공공부채 총액은 1천3백2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다. 이자도 연간 1백억달러가 넘는다. 공공부채가 모두 달러화로 이뤄져 있어 외채와 다름없다. 이 중 국제투자자들에게 진 빚은 최저 3백80억달러에서 최대 5백5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은행들에 대한 채무는 6백60억달러. 나머지는 IMF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꿔왔다. 아르헨티나가 올 하반기에 갚아야 할 외채는 83억달러로 이 중 46억달러는 IMF와 세계은행 등에서 지원받는 구제금융으로 갚아 나가고 있다. 나머지 37억달러는 국채를 발행해 갚아나갈 작정이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탓에 고금리 국채를 발행해도 국내외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있다. ◇ 세계경제 영향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인근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도 증시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충격을 받게 된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아르헨티나에 돈을 꿔준 많은 미국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이 아르헨티나에 물린 돈은 약 1백3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동구권과 아시아의 다른 신흥시장도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선진국 은행들이 겁을 먹고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신흥시장중 비교적 안정된 나라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국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회수, 안정적인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신흥시장으로 거명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