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업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9월 실업률이 5.3%로 8월에 비해 0.3%포인트 상승,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실업률이 5.3%까지 올라간 것은 조사가 시작된 1953년 이후 처음이다. 완전실업자수는 3백53만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의 완전실업률이 5.4%였으며 여성은 5.2%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급상승한 것은 정보기술(IT) 불황으로 하이테크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체들의 대량 감원이 줄을 이은 데다 기업 도산과 폐업 또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폐업이 잇따르면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취업자수는 6천3백96만명으로 8월에 비해 84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실업률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4.9% 전후를 맴돌았으나 7월에 처음으로 5%대로 올라선 후 계속 상승,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이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 관련,일본 언론은 산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실업 시대를 맞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추격으로 인한 국제경쟁 격화와 설비 이전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및 디플레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구조적 실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 이전,폐쇄가 급증하면서 취업자수가 1992년의 1천5백69만명에서 2000년에는 1천3백21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고와 인건비 부담을 피해 해외로 나간 일본 기업들의 수는 1991년 8백40개사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1천2백63개사로 1.5배가 늘어났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32개사에서 2백73개사로 무려 8.5배나 급증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고용사정이 계속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