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포인트의 우정미 대표는 외모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택시를 타면 대부분의 기사들이 저를 외국인, 특히 인도인으로 본다"고 우 대표는 웃으며 말한다. 가끔씩 조상중에 외인(外人) 혈통이 없었는지 따져볼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외모와 달리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은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우 대표는 자신의 말대로 태극문양에 완전히 미쳐 있다. 태극문양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면 무엇이든 내놓겠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수첩 펜 시계 양말 모자 양산 넥타이 등 5백여 종류의 태극문양 문구 및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디자인 개발을 끝내고 상품화 단계에 들어갔다. 태극문양에 대한 그의 사랑은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계명대 서양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제로포인트를 설립한 90년 2월부터 97년까지 그는 줄곧 미치코런던이나 US폴로 등 외국 브랜드를 빌려 생활용품을 생산, 판매해 왔다. 97년에는 동남아 지역에 20억원 가량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왜 굳이 외국브랜드를 써야만 하는지"에 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97년 5월 관광차 입국한 미국인 고모부 네이슨씨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고모부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주고자 경주 부여 설악산 등을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관광지에서 한국의 정신이 담긴 브랜드 상품을 찾았죠. 그러나 고모부는 마땅한 제품을 찾지 못해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20년 이상을 디자인 연구에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한국을 알릴 고급 브랜드 상품 하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우 대표는 그때부터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고 대표적인 한국형 이미지를 찾아 나섰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태극을 활용한 태극상품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3년여간 10억원을 투자했다. 태극과 관련된 책인 천부경도 읽고 음양오행설도 연구했다. 물론 외국브랜드를 차용한 제품 생산은 일절 중단했다. "한국이 아직 선진국대열에 합류하지 못했고 태극기에 대한 외국인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태극기 그 자체로는 상품가치가 없습니다. 태극기 속에 담긴 사상 개념 의미에서 디자인 관점의 창의력을 발휘해야죠. 이런 식으로 태극의 의미를 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태극기의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로포인트는 태극디자인 상품을 디자인코(DESIGNKO)라는 브랜드로 등록했다. 우 대표는 2002년 월드컵을 맞아 한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태극상품만큼 좋은게 없다며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처럼 좋은 디자인 브랜드 하나가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태극배낭을 메고 태극모자를 쓰고 다니는게 그렇게 기특할 수 없단다. 또 그런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며 그는 힘찬 걸음으로 바이어를 만나러 나갔다. (02)796-5746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