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국제무역이 장기적으로 대(對)테러전쟁의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이같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무역이 확대되면 세계가 더욱 단단한 교역망으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빈곤지역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전쟁과 테러의 명분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9.11 미국 연쇄테러 후 미국과 유럽은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악관은 베트남, 요르단과의 무역협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며 러시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파키스탄 섬유류에 대한 관세 철폐를 제안했으며 새로운 세계무역협상도 추진하고 있다. 파스칼 라미 통상담당 EU 집행위원은 "무역이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도움은 될 것"이라며 "역사를 살펴보면 밀접한 무역관계가 있으면서 분쟁을 겪는 경우는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역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현상이며 미국의 목적과 상반되게 작용할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와 한국에서는 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지만 다른지역에서는 오히려 안정을 해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무역이 불안정 요소가 되는 현상은 특히 이슬람세계에서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98년 유혈폭동으로 무너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인도네시아에 무역.금융 시장을 개발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큰 원인이 됐다.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무역을 기초로 세계를 통합하려는 전략은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이 보여준 것보다 훨씬 많은 돈과 정치 자본의 투자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우선 가난한 지역을 돕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첫 단계로 질병과 가뭄,기아에 허덕이는 국가들에 대한 실질적인 원조를 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삭스 교수는 "이들 국가가 세계경제의 일원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이들의 보건과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십년 간 이와는 반대으로 움직였다. 1962년에는 해외원조가 연방예산의 3%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0.6%에 그치고 있다. 삭스 교수는 "우리는값싼 세계화를 추진했다"며 "많은 국가에서 실패가 폭력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그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 아이젠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 경제학 교수는 "2단계로 미국과 유럽은 대규모 부채를 탕감해주고 빈곤 국가들에게 지원의 대가로 금융개혁 을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3단계는 빈곤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의류, 섬유, 철강 등이 미국과 유럽 생산자들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이에 대한 관세와 수입할당량을 인하 또는 폐지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WTO회의에서 최대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며 개발도상국들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뉴라운드 무역협상 출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는 무역을 통해 정치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우리가 테러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을 장기적으로 돕고자한다면 그들의 경제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ksshi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