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아시아 신흥시장국 중에서 9.11 미 테러충격에서 가장 빨리 회복돼 아시아 개도국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주가 환율 외평채 가산금리가 테러 이전수준으로 회복됐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는 이달에만 1조7천억원(약 13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올해 2%대 저성장에도 불구 신흥국 중에선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얻는다. 반면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용(龍)들은 마이너스 성장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차이가 한국 경제의 체질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의 회복 속도에 동조화하는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 급속한 회복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3일 테러직전(540.57) 수준을 넘어섰다. 아시아 신흥국중 태국이 아직 15.1%나 떨어진 상태고 인도네시아(-13.0%) 싱가포르(-9.9%) 대만(-3.2%)도 주가 회복이 더디다. 환율도 원화는 테러직전(1천2백95원80전) 수준을 이미 되찾았다. 반면 싱가포르 달러화가 4.1%, 멕시코 페소화가 11.4%, 태국 바트화가 0.2% 각각 오른 상태. 그만큼 통화가치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났다. 특히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두드러진다. 이달들어 외국인들은 모두 1조6천9백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테러 충격과 아시아의 '외자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의 독식에도 불구, 지난달 10억5천1백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2% 감소에 그쳤다. ◇ 해외평가도 양호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테러 충격을 의식해 GM 등 미국 일본의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평채 가산금리는 1.13%(26일)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또 신흥국에 대한 경계심리에도 불구, 담배인삼공사는 5억5천만달러 DR(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했다. 산업 한빛 조흥 신한은행 등 8개은행이 올해안에 17억달러의 외화차입을 추진할 만큼 자신감도 갖고 있다. ◇ 이유는 뭔가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회복에 대해 경제기초가 비교적 튼튼한 점을 이유로 꼽는다. 국제금융센터 이동욱 연구원은 "한국이 동남아 국가에는 없는 상당 규모의 내수시장과 비교적 호황을 누린 자동차 조선이 있는 반면 싱가포르 대만은 테러전부터 워낙 경제가 나빴다"고 설명했다. 씨티살로먼스미스바니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미·일의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을 경쟁국보다 덜 받는 경제구조다. 반면 한국 경제의 과도한 변동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연구원 장원창 부연구위원은 "국내 주가 환율은 테러초기 과도한 평가절하에서 이제 정상궤도로 되돌아온 측면이 강하다"며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도 새로운 돈이 들어왔다기 보다는 국내 증시에서 쉬던 자금이 다시 유입된 듯하다"고 말했다. ◇ 향후 과제 =정부는 테러 충격이 예상보다 덜하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재경부는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상대적으로 내성을 기른 반면 싱가포르 대만 등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아 차이가 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테러 충격은 흡수했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바로 되살아나긴 어렵다는 점.재경부 임영록 정책심의관은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은 일단 덮어 놓았다"며 "앞으로 경기회복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게 중요하므로 내수진작 서비스업 활성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