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회의 단골 메뉴는 자동차 판촉 문제였다.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호된 질책이 내려졌다. 변명은 회장을 더욱 진노하게 했다.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다시 하고 더 큰 꾸지람을 듣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98년9월10일 오후 4시, 대우센터 25층 운영위원회실에서 있었던 계열사 사장단 회의. 김 회장이 자동차 판매현황을 채근한다. 김 회장 : 자동차는 어떻게 된거야. 정주호 대우자판 사장 : 대수는 줄었지만 점유율은 늘었습니다. 마켓셰어가 43%에 가 있습니다. 기아는 계속 맥을 못쓰고 있고, 삼성은 그룹사가 팔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2만대 이상을 목표를 잡았는데, 그룹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8월부터 한 달에 5천대씩 해주십사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다 해준 회사도 있지만…. 9월부터는 5천대씩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회장 : 김학용(경남기업) 사장은 할당도 얼마 안됐는데 부족하잖아. 벤더들한테 좀 부탁해요. 조선은 왜 이렇게 됐어. 7대밖에 못 팔았잖아. 신영균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사장 :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종업원들한테는 이미 다 돌아갔고. 김 회장 : 벤더들 있잖아. 신 사장 : 강력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 : 전자도 마찬가지야. 전주범 대우전자 사장 :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 : 열심히 하기는.너희들 벤더만해도 3백∼4백개인데, 돈 줄 때 차값 빼고 하나씩 주면 될 것 아냐. 그 정도도 협조 못하면 벤더를 관둬야지. 전 사장 : 7월에는 벤더들한테 3백대 정도 팔았습니다. 김 회장 : 이달은 할당량 맞춰요. 한번 얘기하면 해줘야지. 이렇게 힘들어가지고 어떻게 요청을 해. 남들은 다 하는데 우리만 못한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거지. 증권은 요즘 돈 좀 벌어? 김창희 대우증권 사장 : 똔똔이에요. 김 회장 : 뭐라고. 김 사장 : 8월까지 적자는 면했습니다. 김 회장 : 적자나는 이유가 뭐야. 수를 좀 내봐. 어떻게 해. 하여간 이번 달에는 다 맞춰주세요. 또다시 김 회장 주문이 한없이 이어졌다. 종업원 사기 독려 방안, 자금코스트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이날 회의 녹음에는 정치자금 낼 때 영수증 챙기는 법에 대한 김 회장의 자세한(?) 설명도 들어 있었다. 이 문제는 우리의 주제가 아니므로 생략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