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가 사실상 파산상태에 있는 국적항공사 스위스에어를 회생시키기 위한 구제계획이 유럽연합(EU)과 법적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에어의 운항정지 사태가 빚어지자 4억5천만 프랑(2억7천500만 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한데 이어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마련중에 있다. 앞서 EU의 로욜라 데 팔라시오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스위스 정부가 EU와 사전협의없이 스위스에어에 대한 자금지원을 승인한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스위스가 EU의 회원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적항공사 구제계획과 관련한 정부 보조로 인해 마찰이 일고 있는 것은 스위스가 교통을 비롯해 7개 분야에 걸쳐 EU와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서 비롯된다. 파스칼 쿠슈팽 스위스 경제장관은 스위스-EU의 자유무역협정이 지난해 5월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통과되기는 했지만 15개 EU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절차가 완료되지않았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는 쿠슈팽 장관의 발언직후 EU와 불필요한 법적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해 이미 서명한 협정과 배치되는 정책을 추구하지 않고 국제법을 준수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EU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내년 1월에 정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0억 프랑 규모로 추정되는 스위스에어에 대한 정부지원은 내년 4월까지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EU와의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EU 회원국 정부들도 9.11 테러사태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 자국 항공사에 대한 지원에 나섰으나 미국내 국제선 취항이 중단됐던 4일간의 비용손실과 보험료 인상에 대한 보상에 국한됐다. 반면 스위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구제계획은 EU 회원국 정부들의 조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스위스 정부가 EU와 체결한 협정을 위반하지 않고 스위스에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지원의 수준이 `국가보조'의 범위에 접근하지 않거나 EU 협정에 규정된 예외를 인정받을 수 밖에 없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은 전했다. 그렇지만 EU로부터 예외적인 조치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1회로 한정돼야 하며 구조조정계획을 수반해야 할 뿐 아니라 해당 항공사가 향후 사세를 확장할 경우에는 공적 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엄격한 규제를 이행해야 한다. 스위스 정부는 내심 스위스에어의 구제계획이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EU의 다른 회원국들에 숨통을 열어 주는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EU가 유연한대응에 기대감을 표시했으나 브뤼셀에 본부를 둔 EU집행위 대변인은 "협정은 반드시지켜야 한다"고 일축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