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는 가급적 적게 오르내리고 국회와의 충돌은 최대한 피한다' 국세청이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난 6월 5천억원이 넘는 추징세액을 부과하고 곧바로 전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을 검찰에 고발했던 당시의 기세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요즘은 세무조사착수 등 언론에 내는 발표사항도 거의 없어졌다. 국세청장의 일선세무서 순시,외국 고위관계자 예방 같은 동정기사까지 거의 내지 않을 정도다. "음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일해야 할 국가 기간조직이 너무 많이 노출됐다"고 자성하는 듯한 분위기.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이라는 말이 신문지면에 얼마나 많이 오르내렸나. 또 TV뉴스엔 청사건물과 로고가 얼마나 자주 비쳤었나"(모 간부) 이 말이 최근 국세청의 방향과 전략을 대변해 준다. 한 중견간부는 "이미지 다운(image down)이랄까, 로 프로파일(low profile) 전략으로 가는 길 만이 국세청 본연의 위치를 다질 수 있다"며 "손영래 청장도 이같은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10만명에 달하는 미국 국세청(IRS)만 하더라도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고 언론이나 사회 역시 IRS의 동향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취임 한달을 넘긴 손 청장의 업무 스타일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조용조용 필요한 일만 무리없이 추진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손 청장에게도 최근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가 취임한 뒤 장고끝에 결정한 첫 인사가 한때 중앙인사위원회의 제동을 받은 일.장춘 개인납세국장의 중부지방국세청장(1급) 승진임명을 중앙인사위가 일시 보류처분했던 것. 더구나 인사위는 국세청 간부들의 출신지역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지역편중 인사' 시비는 국세청에서 심심치않게 제기됐던 문제다. 이렇다보니 후임 부이사관 승진 과정에서는 여러모로 고심하는 흔적도 엿보인다. '부이사관 3명 승진'이라는 티켓을 쥐고 행시, 육사, 일반직 승진자에 각 1명씩 배분하되 지역까지 감안한다는 기준에 따라 이미 잠정안이 나와 있는 상태다. 금명간 발표될 예정. 국세청의 몸낮추기는 또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지역담당제가 철폐된뒤 6,7급 등 실무자들이 기회가 닿는대로 공직을 떠나려 한다는 것. 국세청의 2인자격인 봉태열 서울지방국세청장도 실무자들의 이직 움직임 등을 거론하면서 "현재 국세청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5급 사무관급 가운데는 개인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국제조사, 국제업무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 법률회사 같은 곳으로 쉽게 옮겨갈수 있기 때문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